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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세상읽기⑦]건강하고 행복한 마을, 무을동(舞乙洞)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28일
ⓒ 경북문화신문
무을면의 인구는 2016년 2,096명이었다가 올 5월 현재 1,964명으로 3년 사이 132명이나 줄어들었다. 이같은 단순 계산으로 한다면 고령화와 젊은이 감소로 무을이 소멸되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행정자치부는 전국적으로 인구 2만 명 미만인 지자체는 현재 경북의 영양군과 울릉군 두 곳뿐이지만 2030년이면 27곳으로 늘어나 통폐합 또는 소멸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미시에서도 고아읍과 산동면을 제외한 6개 읍면이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머지않은 장래에 없어질 지자체로 꼽힌 것이다.

무을면은 구미시 읍면동 중 옥성 다음으로 인구가 적은 곳이다. 물이 많아서인지 ‘물골’로 불리다가 ‘무을’로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지명총람’에 무을동면(無乙洞面)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처음에는 무을동이란 하나의 동네 명칭에서 면 단위 행정기관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 애초 한 동네였던 무을은 얼마나 정겹고 살기 좋았는지 그 이름에서도 잘 묻어나고 있다. ‘더 많이’ 가지기 보다는 이웃과 나누기를 좋아했던, 마을의 이 집 저 집으로 닭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여름 저녁에는 동네 복판쯤 모여 부채로 모기 쫓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때,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모두가 증언한다. 그렇지만 이 모두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영농은 규모화되어가고,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노령층은 점점 늘어만 간다. 빈집과 노는 땅은 늘고 소농의 소득은 줄어만 가니 서로 간의 삶도 각박하기만 하다. 분명 행복한 시절이 있었음에도 지금은 추억 속에서만 존재할 뿐 모두가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조금 다른 전망을 하고 있다. 즉 2020년의 도시화율을 95%로 보고 전 국토가 도시 지역화될 것이라고 한다. 이때의 도시지역은 특정 몇몇 도시로의 집중이라기보다는 인구가 국토 전체로 분산되어 도농 통합적인 성격의 지역이 확장되리란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읍면의 존립 여부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 그렇다면 우리 물골의 활로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바로 우리의 과거 속에 답이 있다고 본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유지하면서 생활의 여유와 인정을 되찾아야 한다. 무을면이 하나의 동네에서 출발했듯 서로 어울림의 정신을 재현해야 한다. 어찌 보면 거창한 담론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너도나도 소박하게 이웃과 서로 돌보며 친밀해짐으로써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대안마을이나 ‘전환마을’과 공유주택이 전국적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경제적 관건도 중요하지만 평온한 삶의 추구도 우리의 생활 속에 이미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어떻게 이를 실천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1995년 민선 단체장이 출범한 후 많은 중앙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주민자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실질적 주체인 주민 생활에는 여전히 행정서비스가 전달 중심이 되어 일상생활에서 주민자치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도 마을을 마음이 담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는 데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우리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새삼 마을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마을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때마침 올해 구미지역 푸드플랜 사업이 시작되었고, 송삼리 행복마을 만들기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로써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활동들이다. 여태 행정기관에서 공급하던 생활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가 서비스 자체를 생산, 개선하여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면서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 마을이나 지역의 문제들을 주민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무을 전 지역으로 파급되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자치의 내실을 기하면서 무을동을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로 복원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의 귀중한 문화재인 무을농악을 발전시키는 방안, 소중한 다음 세대인 학생들 교육, 원근의 사랑을 받고있는 버섯 축제, 스토리를 가진 청정 무을을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을 주민들의 자치력으로 수립하고 실행해 나갈 때 자부심은 증가하고 애향심을 고취하게 된다.

여태까지 행정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주어진 매뉴얼대로 참여하는 수동적 자세를 벗어나 생활의 모든 영역 특히 공적인 영역에 대해서 주민이 실질적인 주체로서 참여해야 한다. 그것은 행정 내부에 대한 감시뿐 아니라 삶의 질이 향상되어 지자체 소멸을 기우로 만드는 동시에 행복한 마을로 주목받는 삶터가 되는 지름길이다. 이는 비단 우리 물골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저자소개> 
선주문학회 사무국장
공감독서활동가
대구교육청 1인1책쓰기 지도교사・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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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이 시위 하는데 안전상의 문제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판이네 아~ 찍새까지 9명인가?
요즘은 형곡동에서 사곡오거리로 아우토반 넘어가는 시작점부터 화물차들이 대놓고 주차해 놓던데 그 큰 도로에 화물차 주차가 말이 됩니까? 구미시는 왜 가만히 방치하는지 사고 나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는지
특별히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고
그래서 가은중은 고려대 우리는 구미대? "
지자체나 출연기관, 보조금 단체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 행사들이 취지나 명분만 포장하고 있고 내용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말과 자아자찬에 기념사진 남기기가 주요 사안인 것 같다. 다른 지역도 어느정도 닮은 꼴이겠지만 변화와 발전을 위한다면 좀 바뀌어야한다. 사진찍기에 동원되는 관계인들도 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닌 목적과 가치를 짚어보는 자세로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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