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고

서재원의 세상읽기⑯]새로운 십 년의 시작 2020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1일
ⓒ 경북문화신문
지나간 과거는 기억 속에 남는다. 다가올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우리의 기대 속에 존재한다. 그래서 과거나 미래는 모두 현재라는 시간을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철학자는 과거, 현재, 미래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 속에 존재하는 현재적 시간의 세 모습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어쨌건 우리는 ‘시간’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와서 미래로 끊임없이 이어지며,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흘러간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 주관적 인식과 결합되었을 때의 시간과 사뭇 다르게 나타날 때, 그 이해는 어렵고 때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 세상의 시계가 모두 없어져도, 모든 물질이 사라진다 해도 어디서나 똑같이 시간은 흐르는 줄 알고 있었지만, 상대성 이론은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관측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제 새로운 10년이 열렸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무엇이 다른 걸까. 그 차이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소망을 빌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하는 것인가.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들이 잘 안되면 새로운 해를 기다리며 또다시 성취를 기다린다. 하다못해 계약직에라도 취직하여 무직자의 인생에서 벗어나기, 계약직인 사람들은 무기직이라도 되어보기, 건강이 나쁜 사람은 금연하기, 자영업을 하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면 큰돈 좀 만져보기, 취업 준비생과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꼭 합격하기, 5G 휴대폰으로 바꾸기, 어떻게 작은 평수라도 내집 마련하기, 심지어 풍전등화같은 일자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등의 소망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결국 새해 다짐이나 소망들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든 나를 위해서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사람다운 가치를 받으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토록 소망했고, 다짐하고, 약속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이루어지거나 첫 한 달을 지나 지속적으로 변화를 위해 계속 노력할 수 있다면 분명 좋은 일이고, 자신감도 충만할 일이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의지는 그다지 강고하지 못해 너무나 자주 새해 다짐의 좋은 뜻을 쉽게 저버리고 만다. 그리고 새해의 산뜻한 출발의 시간은 어느덧 연례행사의 기록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4월은 잔인한 달’로 알려진 시 「황무지」의 시인 T.S.엘리엇은 현대 시인 가운데 시간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깊이 성찰하였다. 그는 영원한 현재가 과거와 미래, 시작과 종말의 구분없이 이뤄진다고 노래했다.
그것만이 아니라 그것과의 공존,
아니 끝이 시작에 앞서고,
시작의 앞과 끝의 뒤에,
끝과 시작이 언제나 거기 있었다고 말할까.
그리고 모든 것은 항상 현재다.(「네 사중주(Four Quartets)」 중에서)
비록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회상하는 우리의 이해 태도 속에는 과거적인 시간이 지금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듯이 그렇게 ‘현재적인 방식’으로 현존한다고 시인은 파악한 것이다. 미래의 시간 역시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기대하는 우리의 이해 태도 속에서는 미래적인 시간이 지금 눈앞에 전개되고 있듯이 그렇게 ‘현재적인 방식’으로만 현존한다고 했다.

빌 게이츠는 아버지뻘 되는 워렌 버핏에게서 가장 중요한 시간에 대해 배웠다고 한다. 버핏은 자신의 손바닥보다 작은 빈칸으로 되어있는 종이 달력을 보여주면서, ‘달력을 빈칸으로 채우라’는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누구나 ‘시간을 벌려고’ 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살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나는 버핏처럼 투자를 한 후 기다렸다가 큰 수익을 창출 하는 일 따위를 할 위인은 아니다. 아니 아예 주식투자를 모르고, ‘성공 가능성 있는 기업’을 알아보는 혜안 같은 것은 없다. 다만 무엇이든 살 수 있는 버핏이 시간만큼은 살 수 없음을 알고, 시간을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고 소중히 사용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1/나이’의 몫으로 할당된 새해의 1년이란 시간을 하루하루 풍족히 쓰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에 한 칸씩 채워나가고자 한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그들과의 부에 대한 측정불가한 불평등을 평등한 시간으로 상쇄하고자 하는 나의 2020년 꿈에 스스로 감탄할 뿐이다.

<저자소개>
선주문학회 사무국장, 공감독서활동가, 대구교육청 1인1책쓰기 지도교사・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역임.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1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구미국가산단 5단지 진입도로 개통..
경북도,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547억원 확보, 전국 최대..
구미시, 근현대문화유산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한다..
전국공무원노조, 안주찬 시의원 제명안 부결 규탄...`근조화환` 투쟁..
구미시, 학생 통학 환경 개선·지원 제도적 근거 마련..
장옥관 시인과 함께하는 6월 ‘목요詩토크’..
김천시, 학생들과 함께 드론 배송 시연..
윤종호 도의원,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업종·분양가 현실화 촉구..
구미시의회, 제288회 1차 정례회 폐회...행정사무감사 595건 지적..
이일배의 살며 생각하며(13)]문화를 찾아서..
최신댓글
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산과 함께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멋지네요.!!
늦은감은 있지만 향토문화유산의 조명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 기대를 하게 됩니다.
다자녀 혜택 때문에 그런거 아니고? 우리도 다자녀 농수산물 지원 5만원 사이소에서 사라길래 회원가입했는데 ...
8명이 시위 하는데 안전상의 문제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판이네 아~ 찍새까지 9명인가?
요즘은 형곡동에서 사곡오거리로 아우토반 넘어가는 시작점부터 화물차들이 대놓고 주차해 놓던데 그 큰 도로에 화물차 주차가 말이 됩니까? 구미시는 왜 가만히 방치하는지 사고 나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는지
특별히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고
그래서 가은중은 고려대 우리는 구미대? "
지자체나 출연기관, 보조금 단체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 행사들이 취지나 명분만 포장하고 있고 내용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말과 자아자찬에 기념사진 남기기가 주요 사안인 것 같다. 다른 지역도 어느정도 닮은 꼴이겠지만 변화와 발전을 위한다면 좀 바뀌어야한다. 사진찍기에 동원되는 관계인들도 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닌 목적과 가치를 짚어보는 자세로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뭣이 중헌디?
오피니언
내가 15년째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진흥회’.. 
《천자문》 주석에 “곤지는 운남 곤명현(昆明縣.. 
2차 성징과 함께 나타나는 사춘기는 육체적으로.. 
어느 지역이든지 그 지역의 특성은 지명의 의미.. 
여론의 광장
구미대, 나노헬스케어 500만원 상당 물품 기증 받아..  
상주시청 조선영 선수, 국제사이클대회 은빛 질주..  
구미시, 공실 원룸 활용한 청년 주거 지원사업 본격 추진..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