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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세상읽기⑱]<기생충> 혹은 그 삶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27일
ⓒ 경북문화신문
연가시의 숙주는 귀뚜라미와 메뚜기, 여치 등이다. 연가시는 숙주의 몸속에서 점점 자라 내장을 거의 다 파먹게 되면 숙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물을 찾아 나서게 한다. 한밤중에 주변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물로 채워진 탁 트인 공간으로 가도록 속삭이는 것이다. 숙주에서 빠져나온 연가시는 수중에서 짝짓기를 하고 암컷이 알을 낳으면 그 알은 유충이 된다. 유충들은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다가 모기 유충을 만나 그 안에 숨어들고, 모기 유충은 성충이 되어 그 기생충을 싣고 날아오른다. 이제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잡아 먹힌다. 연가시 유충은 휴면기에서 벗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다 자란 연가시는 숙주를 어떻게 움직여 물가까지 가도록 만들까? 이는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라고 한다.
갈매기나 왜가리 등 조류가 똥으로 흡충의 알을 배설하면, 해안가를 따라 서식하는 고둥이 이 배설물을 먹는다. 고둥 안에서 더욱 성숙한 흡충은 부화하여 배설된다. 만조가 되면 성장한 기생충은 바닷물에 떠내려가면서 킬리피쉬란 물고기에 들러붙어 아가미로 침투, 머리로 들어간다. 뇌에 흡충의 유충이 수천 마리씩 달라붙은 킬리피쉬는 수면 가까이에서 갑작스럽게 몸을 떨거나 옆으로 뒤집어 헤엄치는 경우가 많아 포식자인 새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쉽게 잡아먹히게 된다. 감염된 물고기는 급성스트레스 반응 회로가 억제되어 있음을 과학자들은 밝혀냈다. 즉 기생충이 많이 들어 있을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고 느긋해져서 공포를 느낄 상황에서도 전혀 불안해하지 않으며 위험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영화 <기생충>이 미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역시 ‘상’은 그 유명세를 담보하는지라,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72회 칸영화제) 최종후보에 올라 있으니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쩌다가 인간 기생충 이야기가 세계인의 이목을 끌게 됐을까. 그것도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오늘날 지구에 사는 사람 중 상위 1%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자본주의적 시스템의 피해자이며 정치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배제되고 무시당한 자’들로서 언제나 어디서나, 인식을 하든 못하든 간에 가진 자들에게 피해를 입고 살아간다. 그러니 자본에 저항하는 ‘불복종’의 모습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이웃의 이야기이므로.

기택의 가족은 정상적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박 사장 가족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 기생충과 그 기생충의 기생충이 집 안에 있지만 박 사장네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즐긴다. 흡충이 많을수록 위기감을 못 느끼는 킬리피쉬와 연가시에게 조종당하는 귀뚜라미처럼. 상류층과 하류층, 숙주와 기생충 간 의사단절을 위해 모스부호가 등장하고, 폭우는 반지하 집에 사는 사람과 박 사장네의 삶의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똥물에 잠겨 집을 버릴 수밖에 없는 사람과 비에 씻긴 맑은 하늘아래에서 생일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그러나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도 기태들은 이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다. 죽여야 할 이유가 없는 박 사장을 살해하는 비윤리적 일도 서슴없이 행한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게임룰에 대한 일탈행위라 하겠다. 비록 빌붙어 살지만 스스로 인간임을 부지불식간에 표출하고 있다. 기생충으로서의 인간을 설명하지 못 하는 기택의 선택이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는, 그리고 결과도 알 수 없는 극도의 빈부계층 간의 게임을 만들어 이익을 보는 자들,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고 불안감을 키우고 돈을 버는 이들은 누구일까. 기택의 가족은 그들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의자 뺏기 게임이 있다. 10명이 8개의 의자를 두고 음악이 울리는 동안 의자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음악이 멈추면 재빨리 의자를 차지하는 놀이다. 어떻게 하든 두 명은 의자를 차지할 수 없으므로 서 있어야 한다. 한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낙오자는 생기게 마련이다. 부족한 의자 개수를 채우면 될 텐데 왜 이런 실패자를 만드는 게임을 할까. 이 게임이 제대로 설명이 안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두 개의 의자가 모자랄 때 우리는 8개의 의자를 모두 걷어차야 한다. 룰을 깨뜨리고 함께 서 있어야 게임을 만든 자를 머쓱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멋진 복수가 아니었을까. 우리 모두 자본에 기생하고 있지만, 우리는 결국 인간임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빈털터리 기우가 억만장자의 집을 살 가능성이 없다 하더라도 삶을 온전히 살아갈 자격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소개>
선주문학회 사무국장, 공감독서활동가
대구교육청 1인1책쓰기 지도교사・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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