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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의 世說新語㉘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17일
'옷깃을 늘어뜨린 채 팔짱만 끼고 있어도 정치는 고르고 밝아진다.(垂拱平章).'
ⓒ 경북문화신문

동양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행위는 임금이 백성들을 이끌지 않아도 저절로 다려지는 무위지치(無爲之治)를 최상으로 여겼다. 그래서 《주역》에서 “황제와 요순은 옷을 늘어 늘어뜨리고 편히 앉아 있기만 하는데도 천하가 잘 다스려졌다.[黃帝堯舜 垂衣裳而天下治]”라고 하였는데 이는 성군(聖君)이 덕을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는 뜻이다.
垂(드리울 수)는 땅(土)까지 꽃잎을 드리워진 모양을 본떠 ‘늘어뜨리다’, ‘드리우다’는 의미로 쓰인다. 睡(잠잘 수)자 역시 눈꺼풀[目]을 아래로 드리우고[垂] 자고 있는 상황을 이른다. 陲(변방 수) 또한 꽃잎이 중심에서 벗어나 옆으로 드리우고[垂] 있는 모양에서 나라[阝]의 바깥쪽인 변방의 의미로 쓰인다. 버드나무의 한 종류인 수양(垂楊)도 이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아래로 길게 늘어뜨리며 자라는 버들의 특성을 잘 포착한 이름이다.
拱(두 손 맞잡을 공)자는 손[扌 : 手의 변형자]을 함께[共 : 함께 공]을 맞잡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 자신의 두 손을 가지런히 맞잡고 위 사람에게 공경을 표시하는 공수(拱手)란 말에도 쓰이는 글자다.
平(평평할 평)은 양쪽으로 평평하게 나누어진 도구[干] 사이에 두 개의 점[八]이 찍힌 모양을 가져 평평한 도구 위에 양쪽에 고르게 균형 잡히게 놓아둔 물건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이해된다.
章(글 장)은 지금의 모양은 마치 音(소리 음)과 十(열 십)으로 구성되어, 음악의 한 악장(樂章)이 마무리[十]되는 상황을 뜻하는 글자다. 평장(平章)은 균평장명(均平章明)의 준말로, 모든 것이 공평무사하고 평등하게 다스려진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왕도정치의 실현에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할 조건이 있다. 이를 맹자는 생활에 대한 걱정을 떨쳐버릴 항산(恒産)이라고 주장하였다. 사람들에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결코 나라가 잘 다스려지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옛날에도 생산물의 고른 배분을 통해 부(富)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비하기 위해 정전법(井田法)을 시행하였다.
요(堯)임금이 하루는 백성들의 생활을 엿보기 위해 미복을 하고 민가에 나갔다가 어떤 백성이 부르는 “해가 뜨면 나가 일하고, 해지면 들어와 쉬네. 우물 파서 물을 마시고, 농사 지어 밥을 먹으니 임금의 힘이 어찌 나에게 미치리오!”라는 격양가(擊壤歌)를 듣고는 만족하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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