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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세상읽기㉒]국민을 좀 우습게 보는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3월 23일
ⓒ 경북문화신문
이른바 선거제 개혁 입법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8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한다. 지역구에서 얻은 당선자 수가 전국 정당지지율(정당 득표율)에 못 미칠 때 비례대표 의원으로 충원해 주는 게 중심이다. 가장 많은 표를 얻는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사표가 발생하여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표의 가치가 동등해지고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높아져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소수정당 난립을 막기 위해 전국 득표율은 3%로 제한하고,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은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 방식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한다. 이름하여 완전 연동형이 아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그러자 입법에 반대한 야당이 위성 정당으로 멍군을 치고 나오자, 이를 두고 “비합리적 사람들의 탐욕”, “국민한테 사기치는 행위”, “페이퍼 컴퍼니 만들어 쇠고랑 찬 사기꾼 투자자들처럼”이란 평가가 여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왔다. 비례대표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의석이 기존보다 줄어들거나 거의 얻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막으려는 꼼수, 총선용 위성 정당을 창당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이라도 더 갖겠다는 꼼수, 한 번만 쓰고 버리는 제도라는 등의 말들이 코로나19 수준으로 거의 매스컴을 떠다녔다. 이윽고는 여당에서조차 이러한 야당의 꼼수를 그대로 차용한 ‘부끄러운’ 반칙을 하고 만다. 여당 대표는 “미래통합당의 반칙을 응징하고 본래 선거법 취지를 살리기 위한 어떤 희생도 마다 않겠다. 당대표로서 이런 탈법과 반칙을 미리 막지 못하고 부끄러운 정치 모습을 보이게 돼 매우 참담하고 송구하다.”고 했다. 이로 볼 때 1940년대 조지 오웰이, ‘영국은 아마도 지식인들이 그들 자신의 국적을 부끄러워하는 유일한 대국일 것이다’라고 한 말은 틀렸다. 우리나라에도 한국 국적을 부끄러워하는 지식인들이 꽤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부끄럽다고 대놓고 말하면서 탈법, 위법, 불법의 뇌관을 설치하겠단다. 공직선거법 위반, 당 지도부의 불법 개입, 정치자금 사용문제 등 앞으로 위성 정당으로 인해 불거질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1야당은 벌써 탈법, 위법, 불법의 뇌관을 설치하느라 엄청 시끄럽다. 그러고도 ‘나만 옳다’면서 내 맘대로 하겠단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거의 사라져가는 꼰대 현상이 아직 정치권에선 활성화 중이다.

유권자는 패스트트랙이란 말이 나올 때부터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했다. 그리고 선거개혁이란 말 잔치와 극한의 반대 속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와 그에 따른 의석수 계산, 속속 드러나는 위성 정당들. 이 모든 일들의 내용을 유권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가히 정치평론가 수준이 되거나 아니면 그들이 쓴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 봐야 하는데, 유권자들로서는 속절없는 일이다. 그저 정당 득표에 따라 비례의석이 정해지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와중에도 ‘자당의 의석수 계산에 따른’ 탈법, 위법, 불법의 뇌관 설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에 아연할 뿐이다. 지금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수가 멈추고 수출도 꽉 막힌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 바로 닥칠 텐데도, 정치권은 오직 자신에게 유리한 표계산을 위한 꼼수와 반칙 만들기에 여념없다. 그 알량한 꼼수와 반칙으로 우리의 분열의 역사를 얼마나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지, 열성 지지자 외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의 자세는 우리의 갈 길이 앞으로 얼마나 먼지, 그리고 이러한 작태가 얼마나 심하게 잘못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열성 지지자 너머에 국민이 지키고 있음을 까마득히 잊었다.
큰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하는 이유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거대 정당들은 ‘이기는 싸움’만을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쳤다. 기어코 유권자에겐 허탈하고 힘 빠지는 선택지만 던져 놓고, 내 편 아니면 네 편을 찍도록 강요한다.
익히 알려진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주인공 네오에게 파란 약과 빨간 약을 보여준다. 파란 약을 먹으면 그냥 지금과 똑같은(진실을 모른 채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살아가는) 삶을 사는 것이고,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대면해야 한다. 진실이란, 기계들에게 패배한 인류가 기계들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살아가는데도 매트릭스라는 신경 상호작용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인간들에게 가상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은 자신들이 구속당하고 착취당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실을 회피하면 기계문명의 건전지로 살아야 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파란 약을 선택할 것인가, 빨간 약을 선택할 것인가.

총선을 통해 국민들은 죽어야 산다는 만고의 역설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꼼수와 반칙패들이 국민을 좀 우습게 보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해야 할 일은 꼭 했으니까. 아니 어쩌면 코로나19의 여파로 보수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린 쪽이나 지난 정치에서 획득한 진보의 정당성을 퇴보시킨 쪽 모두가 옴짝달싹 못 할 지경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도 아니면 국익보다 진영의 손익계산으로 국력을 소진한 자들에게 ‘겪어보지 못한 매트릭스’가 전개될지도.

<저자소개>  
선주문학회원, 생활공감정책 참여단, 지방 자치분권 지지 활동
청소년 진로체험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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