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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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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총선이 끝났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지역정치인들은 조용하다. 본인이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각종 매체나 이웃을 통해 들려오던 지역발전을 위한 ‘무한정한’ 계획과 ‘헌신적’인 노력을 약속한 선거 정치 때의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정치는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끊임없이 외치던 모습이 안 보이는 것이다. 정치는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일진대, 정치인들은 그들의 사유와 행위를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아에서 자기 왕국으로 돌아가는 첫 여정에서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를 만난다. 오디세우스는 운이 없어서 키클롭스에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 도적처럼 그들의 음식과 재산을 약탈함으로써 화를 자초한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약탈자 오디세우스를 앞에 두고 키클롭스는 너희들은 해적이냐, 약탈자냐라고 묻는다. 자존심 강한 오디세우스는 ‘자신은 트로이 전쟁의 승자이고, 제우스가 사랑하는 사람’임을 내세우지만 키클롭스는 오히려 오디세우스의 부하 두 명을 맛있게 잡아먹어 버린다.
오디세우스는 허영과 자만심 때문에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키클롭스의 섬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배를 채우자, 이 섬에 사는 존재들로부터 찬사를 듣고 싶은 욕구가 발동한다. 이타케의 왕이자 트로이 영웅인, 언제나 섬바디인 오디세우스임을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면 모든 이들로부터 대접을 받았고, 그러한 찬사는 언제나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정체성은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오디세우스는 몰랐던 것이다. 이후 몇 번의 고초를 더 겪은 오디세우스는 신중모드로 바뀌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내세우지 않게 되고, 무사히 고향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자신을 섬바디로 내세우면서 허영과 자만으로 행동하면 많은 화를 불러왔지만, 노바디로 스스로를 낮추면서부터는 여행이 순조로워졌던 것이다.
정치의 공공성을 파괴한 박근혜 정권 이후 우리는 ‘정치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찌됐든 촛불정신에 따라 국가의 모든 제도를 원칙에 따라 다시 구성해 주길 바랐는데 그 바람이 퇴색되자 우리 지역에선 유권자들에게 노바디 자세를 취한 야당 국회의원을 선택하였다. 새로운 정치 질서를 목청높이 외치던 후보들이 스스로를 낮추어 국회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나는 지금도 우리 구미 사람들이 건강한 판단을 했다고 믿고 있다. 낮은 자세로 시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면서, 구미의 발전을 바탕으로 지역과 국가를 더욱 잘 살게 할 인재임을 널리 알린 그들이 선택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은 그들이 정치적으로 감각이 뛰어나고 재능이 있음을, 정치적으로 훌륭한 판단을 가지고 있음을 의심치 않고 뽑은 것이다.
우리 지역 국회의원들은 분명 ‘현실’과 ‘시대’를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한때 훌륭한 경영인으로서, 명망있는 교수로서 엄청난 지식을 가진 전문가였으므로 정치적 판단력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그렇다면 지금 섬바디로 나서서 위기의 구미를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할 때이다. 비록 ‘허영과 자만심’으로 위험을 자초한다는 정치평론가들의 혹평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주위가 온통 여당 일색인 ‘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없이 가라앉은 ‘시대’적 아픔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적 판단이 지식 판단이나 도덕 판단처럼 간단치 않음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 지역사회의 대표로 선출되었으면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 여야 간, 지역 간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의 윤곽을 잘 파악하고 예리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지역민의 아픔과 갈등을 풀기 위해 4월보다 더 분주하게 뛰고 또 뛰어야 한다. 지금 구미에선 ‘내로라’하는 섬바디 정치인이 필요할 때이다. 유권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다면 구미의 오디세우스가 되어 ‘희망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주길 바란다.
<저자소개>
선주문학회원・생활공감정책 참여단・무을면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