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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의 세상읽기㉚]주민자치, 양떡메 마을의 경우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13일
↑↑ 선주문학회원・생활공감정책 참여단・구미시 신활력 플러스사업 추진위원단・무을면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
ⓒ 경북문화신문
대기업이 강남 중심부에 만든 셰어하우스Share House를 디지털 타임즈는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코오롱 첫 공유주택 역삼트리하우스, 6가지 라이프스타일 반영(2018.12.17.)” :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입주자에 맞춰 콘셉트 별로 평면을 제공한다. 여성, 노마드, 반려동물, 테라스, 미니멀 등이다. 2040 세대의 1~2인 가구를 대상으로 설계됐다. 개별 공간에서는 누릴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 공용공간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개인 공간보다는 공용공간을 최대화했다. 주 1회 조식이 제공되며, 다양한 렌탈 서비스도 가능하다. 임대료는 평균 월 100만 원대다. 공용⋅개별 공과금은 별도다.≫ 또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매일 저녁 맛있는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준다. 무보증금에 단기 사용이 가능한 고시원의 장점에 넒은 공간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을 실현시켜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다. 집값이 싸서,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집이라는 소유물에 속박당하고 싶지 않아서…. 어쩌면 가족이 아니기에 같이 사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생은 제각각이고 세상은 변하고 있다. 셰어하우스도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선택지가 되어 줄 것이다.”

셰어하우스는 한 집에 여러 명이 거주하는 형태, 공유주택 혹은 집합주택이다. 옛날이라면 당연히 혈연이 공유하는 집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혈연이나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사는 주거형태를 일컫는다. 특히나 출퇴근 없이 근무하는 새로운 직업형태인 노마드 족도 입주 대상인 걸로 보아 시대의 흐름을 실감나게 한다. 낯설지만 흔해지기 시작하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우리는 진화로 볼 것인가, 아니면 막다른 길이라고 볼 것인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확산되는 추세이고 개인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는 맞지만, 현대 삶이 지향해야 할 길은 아닌 것 같다. 한편 우리나라 농촌은 이미 1999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21퍼센트로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퍼센트 이상)로 접어들었고,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농촌에서 젊은이를 보기 어려운 건 불편한 진실이 되어버렸다. 이는 국민 경제 전체로 볼 때 치명적이며,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만드는 주요인이다.

도시 젊은 층의 삶이 낯설게 변해가는 동안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을 잃었다. 예전에는 이웃이 힘들어하면 도와주고, 위로해 주었다. 들녘에서 일하다 참을 먹을 때 지나가는 이들은 누구나 한 식구가 되어 둘러앉아 먹었다. 이익보다 의리를, 나보다 형제를 더 챙겨주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마을이 있다.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을 회복한, 미래의 희망과 즐거움을 보여주는 마을 이야기다.

52가구 100여 명의 주민들은 마을 식당에서 매일 점심, 저녁 두 끼를 무료로 먹는다. 아침 식사만 집에서 해결하면 된다. 해마다 설날에는 집집마다 가래떡 10kg이 배달되고, 수십만 원씩의 배당금이 입금된다. 한가할 때면 마을회관에 설치된 주민 사우나에 모여서 사우나를 하며 담소를 나눈다. 이미 살기 좋은 마을로 소문이 나서 주변 마을 사람들이 이사 오려고 하다 보니 집값과 땅값이 주변 시세보다 높다. 특별한 볼거리나 특산물이 없는 마을이 전국에서도 으뜸으로 살기 좋게 된 것은 마을 자치 때문이다. 마을에서 남아도는 양파를 처리하고 주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마을 기업의 돈벌이를 최종목적으로 하지 않고 더 큰 가치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한두 사람이 앞장서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면서도 실패하는 사례들을 거울삼았다. 주민들은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 수익의 평등한 배분, 마을공동체의 발전과 같은 가치를 존중하였다. 합천 초계의 양떡메 마을의 이야기다.

보조금이나 외부 지원만을 보고 마을 기업을 운영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는 것을 이 마을의 자치위원이나 주민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 기업을 통해 생성되는 경제적 수입 그 자체를 추구하지 않고 돈벌이는 마을의 문제 해결과 마을 복지를 위한 수단으로 모두가 동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을 기업의 목적을 단절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두고, 같이 모이고 대화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에 양떡메 마을의 생활 공동체는 아름답게 살아날 수 있었다.
우리 구미지역에도 늦었지만 주민자치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97년 읍면동의 기능이 전환되면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생겼고, 행안부가 2015년부터 전국에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던 주민자치다. 그 제도 변화는 여하간에 운영은 순전히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역량임이 분명하다. 양떡메 마을이야말로 제도에 연연하지 않고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회복한 주민자치의 성공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지금 관내 읍면동의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그 방향성을 두고 고민이 많으리라 본다. 양떡메 마을의 사례를 비전으로 한다면 즉 공동체적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인간관계 회복을 목표로 설정한다면 활동 방향은 저절로 정해질 것이다. 양떡메 마을은 어려운 시대를 이겨나가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가 보람있는 삶을 목표로 정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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