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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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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만 해도 힘에 겨운데, 미래를 어둡게 예측하는 이들도 많다. 인간의 능력이 닿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게 될 것이므로 앞날에 대한 예상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실직한 40세의 현금 출납원이 10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겨우 드론 조종사가 되었다 해도 그때쯤엔 드론을 날리는 일이 자동화됐을 수도 있다. 일자리를 맡은 기계 로봇은 계속 업데이트가 되는데, 인간은 그처럼 빠르게 변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직업의 변동성은 노동권의 확보조차 어렵게 만든다.
일자리는 물론 소비자로서의 존재가치도 빼앗길 수 있다고 예측한다. 광산기업은 철을 생산하여 로봇 기업에 팔고, 로봇기업은 로봇을 만들어 광산기업에 팔게 되고, 광산기업은 더 많은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어디에도 낄 수 없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 생산자로서도 소비자로서도 필요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 가치는 잊혀질 것이다. 거의 모든 기회를 상실한 인간에게 남은 의견이나 감정조차 빅데이터 알고리즘의 결정에 의존하게 된다. 즉 무엇을 공부할지, 어디에서 일을 할지, 누구와 결혼할지를 선택할 때도 모든 데이터를 집적하고 있는 AI가 알려주게 될 것이다. 웹을 서핑하고 유튜브를 보고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읽을 때 이미 알고리즘은 용의주도하게 우리를 모니터하고 분석해 둔 결과이다.
유발 하라리의 이같은 견해는 추측일 수도 있지만, 정보가 많을수록 분석이 정확해지는 기계학습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를 외면하거나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 살아가는 세상이므로 하루 아침에 이런 문제가 생기리라 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가는 데는 별 지장 없으리란 억지 위안이 통하지 않을 상 싶다. 당장 코로나19만 해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또 변화해야만 어느 정도의 삶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은가. 누구나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거리를 두고 일을 해야 하고, 아무리 바빠도 이를 어겨선 안 된다. 배우거나 새로 접근해야 할 일들이 많이 생겼고, 특히나 일상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얼마 전 경기도 오산의 평생학습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비록 당일 견학이었지만 그곳에서 접한 시민들의 미래를 향한 학습 열기는 놀라웠다. 우리가 아는 평생학습은 취미나 교양을 중심으로 한 개인 위주의 학습이었고, 참여율도 저조하다. 오산에서는 10년 전부터 이를 탈피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평생학습의 뿌리가 깊은 일본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기틀을 세운 다음, 확산에 주력하여 오늘날과 같은 ‘평생학습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한다. 2019년 ‘학습살롱’이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젝트로 인증받은 것은 오산의 시민학습이 세계적으로 그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22만의 작은 도시 오산. 5명 정도 모여 희망강좌를 신청하면 전문성있는 강좌를 배달하는 ‘배달강좌 런앤런’은 초기엔 130강좌 800명이었으나, 작년엔 619강좌에 학습자도 3,500명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참여 강사 역시 3배나 증가하였다고. 시민 스스로 지역 일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활동가’는 작년에 40강좌, 1,020명을 양성하였는데,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튼튼한 버팀목이 된다고 한다. 시민학습살롱 플래너가 직접 강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학습살롱은 300강좌에 2,200여 명 정도가 학습을 하는데, 그야말로 온 마을이 학교이고 지역 전체가 교실인 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민들의 다양한 가르침과 학습 욕구를 빠짐없이 반영한다는 점과 지역 유휴시설을 활용, 학습장이 부족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공간배치를 한 점이다. 누구든지 소통하는 이런 학습은 자발적으로 지역의 현안에 주민이 참여하게 되어 자연스레 지역사회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4차혁명시대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웃이고, 학습이다. 의존하거나 기다려서는 자기실현을 할 수 없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에서 우리의 미래가 만들어진다. 이제 구미에서도 평생학습을 위한 시민 플랫폼의 씨앗이 뿌려지면, 머잖아 지역 곳곳에서 시민들이 토론하고 학습하는 공간이 숱하게 펼쳐지리라 기대된다. 시민들의 손으로 구미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자라는 아이들의 미래가 밝게 다가온다.
<저자소개>
마을활동가・선주문학회원・생활공감정책 참여단・구미시 신활력 플러스사업 추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