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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재원 마을매니저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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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광명시에서는 광명자치대학 2학기 개강이 있었다. 수도권 코로나19 방역이 2.5단계일 때이므로 소수의 인원이 모여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되었다. 학과에서 추천한 시민학습자와 학과장 그리고 방송 진행 관계자만 모여 자치분권학과, 마을공동체학과, 사회적경제학과, 도시재생학과, 기후에너지학과 등 5개 학과가 개강을 하였다. 특강을 한 조한혜정교수는 ‘팬데믹 시대에는 시장과 돈을 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 절망의 시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유창복 교수의 강의 ‘포스트 코로나 로컬 뉴딜’을 인상 깊게 보았다.
무등리에서는 공교롭게도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마을가꾸기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어려움이 많았고, 이런저런 우려 속에 모든 과정이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주민은 조급증이 나지만 시의 담당자나 업자 측은 진행 기준이 ‘코로나19’였다. 그런 가운데 조금씩 추진하다 보니 코로나에 대한 대응요령도 생기게 되고, 방역지침을 지켜가면서 하나씩 전개해 나갈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평생교육발전연구소 측에서는 총 8회의 행복강좌 개설을 제안해 왔다. 마을의 자조능력을 눈여겨보고 있던 연구소에서 나름 도와줄 방안을 제시했고, 마을에선 흔쾌히 받아들였다. 9월 계획이 11월로 늦추어지긴 했지만, 강사나 주민분들 모두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즐겁게 교육을 마무리했다. 물론 걱정이 안 된 건 아니었지만, 철저한 사전 사후 준비 덕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겨울 들면서 꽃잔디 심기가 끝나고, 목공소 개소 준비를 하였다. 마을에 들여올 목공기계 사용법을 최소인원으로 익히면서, 실습 삼아 농장 안내판과 가정 문패 제작에 들어갔다. 코로나로 인해 4명 정도의 적은 인원이 주 2회 정도 모여 꾸준히 만들었으며, 지금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러 머잖아 ‘무등소공방’ 개방을 앞두고 있다. 현판식을 한 후엔 본격적으로 마을 분들이 목공소에서 만들고 싶은 공작을 하게 될 것이다. 추운 겨울과 코로나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극복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날이 풀릴 쯤 해서 마을 벽화그리기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해져 내려오는 마을 설화와 농악 등 무등리의 스토리를 담벽에 입히게 될 것이다.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더라도 긴장의 끈을 늦추면 안 된다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다가오는 봄도 그렇게 맞이해야 할 성싶다. 그 시간에 우리는 ‘인문마을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마을 역사를 복원, 어르신들의 생애 기록을 모으고, 작은 책방 꾸미기 및 마을 소식지와 마을책을 발간하고자 한다. 도심지역 주민과 농산물을 매개로 한 교류도 연구하고 있다. 코로나의 진화가 끝이 없다면 우리 인간은 그보다 한 발짝 앞서야 한다.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다. 청정 환경을 유지하고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전통적인 마을에서는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다.
유창복 교수는 코로나 시대에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 회복력을 제안한다. 바로 ‘로컬 뉴딜’ 사업인데, 정부의 그린 뉴딜에 발맞춰 지역에서 탄소제로, 불평등 완화, 일자리 창출 등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이 바로 주민자치를 통해 지역에 맞는 로컬 뉴딜 사업을 구상할 때라는 것이다. 이외에 한국주민자치중앙회의 ‘위기의 시대, 주민자치의 가능성’ 고찰이라든지 그 외 많은 곳에서 팬데믹과 주민자치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국판 뉴딜정책에서 농촌은 소외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 해소에는 관심이 적잖이 부족하다. 비수도권에 마을 공동체 사업이 더 필요한데도 오히려 수도권은 단체장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마을 공동체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정부조차 도시재생사업을 강화하면서 농촌지역개발을 위한 마을 단위 사업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도농격차를 완화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연대와 협력방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법제도화가 필요하다. 뉴딜정책은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주민주권이자 국민주권이다. 주민자치를 통해 국가 핵심사업의 방향 개선을 적극 요구하고 참여해야 한다.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뉴딜정책과 부합될진대, 국가의 책무인 적극적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적 재난인 코로나 시대에도 마을 살림은 계속되어야 한다. 마을 살림은 주민 자치활동이 바탕이 된다. 그리고 주민 자치능력은 포스트 코로나의 주요과제이며, 국가 핵심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요소다. 무등리 마을 자치활동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