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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수 한학자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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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주석에 “몸이 바르면 그림자도 바르게 되고 의표가 바르면 그림자도 바르게 된다.[形端則影端 表正則影正]”라고 하였다. 몸과 그림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될 수 없는 존재다. 단정한 몸가짐과 도덕적인 삶의 결과는 어진 사람[賢人]을 만들어낸다. 어진 사람에게 ‘어질다’는 세상의 평가는 그저 외부적인 것일 뿐 성인과 현인들은 이러한 결과를 기필한 적이 없다.
形(모양 형)은 발음을 결정한 幵(평평할 견)과 뜻을 결정한 彡(터럭 삼)이 합쳐진 글자다. 彡으로 구성된 글자는 ‘빛’, ‘터럭’ 등의 뜻에서 대부분 벗어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글자로, 빛깔을 뜻하는 彩(무늬 채), 털을 뜻하는 尨(삽살개 방)이 있다. 삽살개는 온 몸이 털로 뒤덮인 동물이다. 形자 빛을 통하여 만
물의 모양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는 의미를 지닌다.
端(단정할 단)은 땅[一]을 디디고 단정히 서 있는 사람[大]의 모양을 본뜬 立(설 립)과 발음을 결정한 耑(시초 단)이 합쳐진 글자다. 허신(許愼)은 단(耑)자를 ‘땅 속에 있던 식물의 뿌리[而]가 땅 위로 머리[山]를 내밀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 하였다. 그래서 처음 싹이 땅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는 뜻에서 ‘처음’, ‘시초’ 등의 의미로 쓰인다고 보았다.
表(겉 표)는 衣(옷 의)와 毛(털 모)가 합쳐진 글자로, 원래는 털이 밖으로 드러나게 만들어진 가죽옷을 의미했다. 이후 ‘겉’이란 뜻으로 훨씬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衣자는 다른 글자와 합쳐질 때는 裵자의 경우처럼 아래위로 나누어지고, 그 사이에 합해지는 글자가 들어가는 형태를 가진다. 衣와 中이 합쳐진 衷(속마음 충), 衣와 口가 합쳐진 哀(슬플 애)자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된 글자다.
正(바를 정)은 원래는 어떠한 지역을 뜻하는 囗(감쌀 위)와 발을 본뜬 止(그칠 지)가 합쳐진 글자로, 바르지 못한 짓을 하는 어떠한 지역으로 나아가 ‘바로잡다’는 의미를 가졌다. 囗자는 소전(小篆)에 와서 ‘一’의 형태로 변했다. 政(정사 정)자 역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正] 행위[攵]가 바로 정치임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