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전승조/구미시 인의동 |
ⓒ 경북문화신문 |
|
구미에 3인 가족이 이사오면서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 전입신고를 한다.
전입신고를 처리하던 공무원이 모니터를 보여주며 시민공원의 빈 곳 중 가족이 직접 꾸미고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세 평의 땅을 고르라고 한다. 모니터를 살펴보니 어느 곳은 텃밭이고 어느 곳은 사과나무가 또 어느 곳은 감나무가 있다. 한쪽 구석에는 목공작업 공간들이 나란히 펼쳐져 있다.
가족 중 아빠는 목공작업 공간을 선택하여 아이가 사용할 책상과 의자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하고엄마는 가족 식단이 건강하도록 계절별 채소를 키울 생각을 한다. 초등학생 딸은 엄마랑 같이 텃밭을 가꾸겠다고 엄마가 고른 바로 옆의 땅을 선택한다.
엄마는 공무원이 안내해 준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이 경작하려는 땅의 옆을 클릭해본다. 옆 땅에 이미 고추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보니 자신도 고추를 심어보고 싶어지는데 농사는 처음이다. 클릭해서 열린 채팅창에서 고추밭 주인과 인사를 건네고 농사 방법을 물으니 마침 고추 모종과 거름, 농약 여유분이 있다며 날짜를 정해 만나서 같이 농사를 짓자고 친절하게 답이온다. 지인이 전혀 없는 구미에 남편의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게될 때만 해도 가서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이웃이 생긴 느낌에 왠지 푸근함이 몰려온다.
휴일, 이웃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나가는 길에 살펴보니 한쪽 구석에는 사과나무가 쭉 이어져있고 사과나무 그늘에 여러 이웃들이 둘러앉아 자기들만의 공원에서 간식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분양받은 위치를 찾아가니 먼저 나와 있던 이웃이 옆 집 양파농사를 거들어주다가 새로 이사 온 이웃인 나를 보고는 반갑게 맞아준다. 이미 주변의 많은 텃밭 농사꾼들은 이웃사촌처럼 느껴진다.
이상은 창의력 부족한 머리로 상상해 본 구미 전입 풍경이다.
80%가 외지인으로 구성된 도시. 1년에 10%의 인구가 이사 오고 이사 나가는 도시. 산업도시로 알려진 도시. 그래서 이사 오려면 썩 내키지 않는 도시, 살면서도 따듯함이 느껴지지 않는 도시, 다른 도시로 이사할 때 아쉬움이 남지 않는 도시. 그러한 구미에 필요한 것들이 한두가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사람은 사람의 따뜻함을 필요로 하고 서로의 소통 속에서 도시가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이웃을 만드는 의미로 상상하고 제안해보는 구미시민참여공원이다.
시민참여공원 만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비단 이웃과의 술자리 뿐이겠는가? 사람이 모이는 곳에 육아문제, 교육문제, 교통문제, 지역문제 등이 다뤄지고 다양한 의견의 교환과 물질의 교환이 이뤄지며 쉼터와 문화공연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탄탄한 네트웍으로 연결될 것이다. 기획하기 나름으로는 한국 고유의 공동체문화와 유럽의 광장문화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창의적 문화사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민참여공원이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공터를 이용한 텃밭공동체, 예전에 금오산 자연학습원에 가족단위로 가꾸던 꽃밭 등이 떠올라서 이를 확산시킨 개념이다. 한편으로는 구미시민 모두가 1명당 한그루씩 나무를 선정하여 심고 가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민식목공원도 생각해보았다. 중요한 것은 구미시민이 되자마자 공동체의 일원이 된 것을 환대받는다는 의미와 직접 몸으로 참여한다는 의미 그리고 이웃들과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기획과 집행에 의해 만들어진 공원에서 즐기기만 하던 것을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공원으로 발상을 전환한 것이다.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많은 사전조사와 치밀한 계획도 필요하고 자리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사업화의 어려움은 익히 예상된다.
새로 구미시민이 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꾸고 즐기고 휴식할 땅을 제공받아 달갑게 느끼고, 구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터에서 이웃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융합하여 따듯하게 살아가고, 불가피하게 구미를 떠나야하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느끼는 도시가 정주여건이 좋은 도시가 아니겠는가? 엉뚱한 상상일 수도 있지만 충분히 가치도 있어 보이지 않는가? 구미시 정관계에서 사업을 치밀하게 기획하고 추진해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