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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어루만지다(8)]행복은 강하고 강한 마음속에 있는 법 `강인함`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2월 04일
↑↑ 강인함의 행복 -김민서의 『율의 시선』
ⓒ 경북문화신문
어떤 사람이 행복할까? 이에 대하여 저명한 불교철학자이자 세계적 평화운동가였던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는 “강한 사람이 행복해집니다. 행복은 강하고 강한 마음속에 있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심으로 읽을 만한 청소년 소설로는 김민서의 『율의 시선』이 있다.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이 수여된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 ‘안율’의 시선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이고 싶어 하는 소년 안율은 다른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 그는 아빠의 죽음 이후 죄책감과 그리움 등의 감정을 억압해 왔다. 속마음을 숨기며 엄마를 보호하고, 친구들을 거짓으로 사귀어 소외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모두 남들에게 미움받아 혼자 남을 수도 있다는 불안에서 비롯한다. 이처럼 불안에 흔들리던 때의 율의 시선은 세상이 아닌 자신의 발끝만을 향했다. 그러던 율이가, 친구 서진욱과 김지민을 만나면서 처음에는 허공을 바라보다가 그들이 허세를 벗고, 있는 그대로의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동질감을 느끼며 마침내 그들의 눈을 똑바로 보게 되었다.

율의 심리 변화 - 나약함에서 강인함으로 나아가기의 원칙
이 소설에서 주인공 율의 시선의 변화는 그의 심리 변화, 곧 나약함에서 강함으로 나아가기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그와 친구들이 발휘하는 힘은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그 하나는 허세를 벗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기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기이다.

① 허세를 벗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기
스티브 매그니스의 저서 『강인함의 힘』에 따르면 정직하게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나약함의 징표가 아니고 오히려 강인함의 징표다. 율은 친구 서진욱과 김지민, 이도해를 통하여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다. 자신이 작은 슈퍼집 아들이라는 것을 숨겨 달라는 등 허세를 부리던 서진욱이 강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나약한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몸치장을 하고 사랑 고백을 했으나 실패한 김지민이 “진짜 볼품 없는 나”라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볼 수 있는 사람은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마침내 율이도 이도해와 고양이 장례식을 치르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원인이었던 아빠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아픔도 인정하고, “잘 가요.” 하며 아빠를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다. 그 순간 그는 막혀 있던 가슴 어딘가가 뻥 뚫리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율의 심리 변화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그때부터 나는 변한다.”라고 한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말을 실증해 준다고 하겠다.

②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기
이 소설의 주인공 율이는 처음 어머니로부터 강한 인간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감정을 억압하도록 배워왔다. 그러던 율이도 마침내 자기 감정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온전하게 강한 소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다. 감정적인 것은 나약한 것이라 생각했던 율은 누구보다도 감정적인 이도해를 보고 억압해 왔던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라는 충고는 셸리 리드의 장편소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발견된다. 주인공 빅토리아는 이웃인 젤다로부터 ‘슬픔을 혼자 짊어지고 사는 건 강인한 게 아니에요.’라는 말을 받아들여, 마침내 연인과 아기의 상실에 대한 자신의 아픔을 토로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조절력’은 회복탄력성의 정서적 기둥을 세우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③ 역경에 버티며 한 발짝 더 내딛기
끝으로 이 소설에서 발견되지 않는, 강인함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원칙을 덧보태기로 한다. 강인함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과 같이 역경에 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평소에 다져놓은 깊은 신앙심이 있다면 ‘이 정도의 시련에 질성싶은가’하고 감연히 맞서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인용한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는 “발버둥 치면서 1mm, 2mm라도 좋으니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되돌아보았을 때 어느새 정글을 빠져나온 사실을 알게 됩니다.”하고 조언한다. 미국의 유명한 뉴스쇼 진행자 오프라 원프리도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힘을 내서 딱 한 발짝만 더 내딛는다면, 인생이 주는 가장 심오한 교훈을 배울 것이라는 그러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때 유의할 점은 어떠한 자극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시간적 공간을 두고 상황에 맞는 여러 ‘대응’ 방법과 전략을 사용하려는 평정심과 유연성을 발휘하는 일이다. 나아가 ‘클러치 상태’라고 하여 특히 위기감을 느낄 때는 주의의 폭을 좁히고 의도적으로 주의를 집중하여 각성한 상태에서 마라톤에서 막판 스퍼트하듯 ‘발버둥 치며 1mm, 2mm’라도 ‘딱 한 발짝’ 내딛기 위해 힘껏 에너지를 쏟는 전략을 써야 한다. 이처럼 강인함으로 나아가는 힘은 ‘마음과 정신’에 달렸다.

요컨대 우리가 허세를 벗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귀 기울이며, 역경에 처하더라도 버티며 한 발짝 더 내딛는 강인함을 지닌다면 행복을 우리 곁에 더 가까이 둘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서적>
스티브 매그니스, 『강인함의 힘』(상상스퀘어, 2024).
이케다 다이사쿠, ‘청춘을 위한 인생 수업’, 《topclass》(조선뉴스프레스, 2024.12),
117~129쪽.
↑↑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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