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취미는 책 임시보호다. 보통 임시보호, 또는 ‘임보’라고 줄여 말하는 이 단어는 대게 유기동물을 잠시 보호할 때나 통용되는 단어인데 어느 날 책 욕심에 급하게 도서관 마감시간에 맞춰 무리하게 책을 빌려 한 페이도 읽지 않고 잠시 ‘보호’만 한 후 다시 돌려보낼 때, 마치 책을 임시 보호하는 것과 같다하여 나온 말, 기자는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이거 완전 내 얘기네.” 그렇다면 시간에 구애 없이 발걸음 가볍게 실물 책을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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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봤다 '구미도서관 메타버스 그리고 스마트도서관의 세계로'지난 1일 경북교육청 구미도서관에서 스마트도서관 메타버스가 개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적극적인 비대면 도서관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지역주민들의 독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상북도교육청과 구미도서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개관은 365일 24시간 무인으로 도서를 빌릴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과 비대면으로 각종 행사나 강연, 전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체험으로 구성됐다.
내빈을 비롯한 시민 약 80명이 개관식에 참여해 관계자의 스마트도서관·메타버스 시연을 함께 참관했다. 구미도서관의 안과 밖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구현해 구미도서관을 이용하는 기존이용객에게는 친밀감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이용객들에게는 호기심과 정보를 제공 가능케 했다. 기자는 직접 ‘경북문화신문’ 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아바타를 꾸며 메타버스의 세계로 들어가 봤다.
“여기 아무도 없나요?”
외향인과 내향인 모두 즐거운 가상의 세계 구미도서관 메타버스는 pc, 휴대폰으로도 접속이 가능하며 도서관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접속 할 수 있었다. 먼저 이름을 설정한 후 아바타를 직접 꾸밀 수도 있었고 채팅창으로 자유롭게 의사소통도 가능했다. 기자는 게임존, 북카페, 디지털자료실, 동아리실, 일반자료실, 온라인원화전시 및 시청각자료실 등 각 층마다 단축키를 활성화시켜 소개 및 이용방법을 확인했다. 직접 아바타를 조작해본 결과 부드러운 조작감을 느낄 수 있었고 층마다 아기자기하게 표현된 도서관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볼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 또한, 회원가입과 같은 복잡한 단계나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아도 쉽게 정보를 얻고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수다스럽거나 말수가 없다 해도 눈치 주는 사람 없으니 말 그대로 내향인, 외향인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모두의 세계’다.
익명의 자유 보장되는 반면 악용 우려도 있어
메타버스 안 e북(E-book)기능은 미비해 아쉬움도하지만 본인인증 또는 실명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 시 이용자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규제범위는 어느 정도 일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를 허용케 할지가 관건이 되겠다. 한편, 아직까지 메타버스 안에 e북 기능이 탑재되지 않아 도서관으로서의 본질적 기능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미 e북 기능을 제공하는 많은 앱과 기존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어떤 차별성과 방향을 갖고 발전시켜 나갈 지는 앞으로 구미도서관의 해결과제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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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소요 시간 단 15초
비가 오나 눈이오나 365일 24시간 대출가능
원하는 도서부터 신작·베스트셀러까지 무인 반납기기 옆 스마트도서관, 키오스크보다 훨씬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누구나 쉽게 도서 대출이 가능하게 구성돼 있었다. 기자가 선택한 책은 신간 ‘숲은 고요하지 않다’. 책을 선택하자 고유번호가 뜨고 다음 칸으로 이동해 고유번호를 확인 한 후 회원카드를 바코드에 스캔했다. 실물카드가 없다면 휴대폰에 저장된 일렬번호 바코드로도 인식 가능하다. 책이 나오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단 15초. 기기 이용이 처음이라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을 감안해도 빠른 속도다. 스마트도서관이 보유 가능한 최대 권수는 580권이며 현재 450권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도서관이 보유한 도서들은 이달 1일부터 분기별로 교체될 예정이며 이번 6개월 시범운영 기간을 가진 뒤 이용객들의 피드백에 따라 보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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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읽고 싶은 도서가 있다면 구미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야간예약대출을 이용해 스마트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야간예약대출은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9시부터 저녁 스마트도서관을 이용해 직접 대출 가능하다. 단, 야간예약으로 대출된 도서는 스마트도서관에서 수거하지 않아 일반 반납기기를 이용해야 한다.
산책길 커피 한 잔 대신 책 한권 테이크아웃
아바타와 함께 추위 없는 가상세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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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집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귤을 까먹으며 넷플릭스를 감상하는 대신 스마트 폰 하나 들고 구미도서관 메타버스 세계로 들어가 보자. 날씨가 살짝 풀릴 땐 산책 삼아 금리단길로 나서자. 그러다 산책길에 있는 스마트도서관에서 커피 한 잔 대신 책 한권을 테이크아웃해 보자. 구미도서관과 함께라면 올해 긴 겨울도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