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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백을 우리며> 임수현 시인의 작품세계와 구미지역 문학의 길
"누구나 가던 길을 계속 가다 보면 차례를 만나게 됩니다"
김정희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20일(토) 18:55
시인동네 신인 문학상,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마침내 문학 동네 동시문학 대상까지 거머쥔 시인 임수현의 비결, 그저 가던 길을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것이라 한다. 그녀의 작품세계와 구미 문학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최근 대상 수상으로 3관왕이라는 명예를 손에 넣은 그녀에게 축하를 전했다.
“대단한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그저 하던 일을 계속 했을 뿐이죠. 차례가 되면 도전하고 실패하면 다시 부족한 점을 고민하고 보완해서 투고 했던 건데, 그 과정 중에서 일어난 반짝이는 하나의 일일뿐이라고 생각해요. 써오던 일들은 그저 제 삶의 일부처럼 흘러 왔어요.” 임수현 시인은 시라는 것은 늘 쓰던 것이 고통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다가온다고 말한다. 일정한 순환이 있는 것처럼 시가 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몰두해 쓰는 것이 그녀의 패턴이다.
ⓒ 경북문화신문

지금의 임수현시인이 있기 전 습작기 시절이 궁금했다.
“습작시절은 오히려 즐기지 못했어요. 과도하게 진지하고 고민이 깊었죠. 신춘문예와 같은 등단에 걸 맞는 시를 써야한다는 생각과 목표의식이 팽배해서 즐기지는 못했어요. 당시에는 많이 번민했죠. 그래서 신춘문예에는 실패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등단이 된 이후에야 제 작품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목표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최종심의에 그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출품한 <노곡동>이라는 작품이 있었어요. 가본적도 없는 그 이름이 가지는 곤궁함과 비루함에서 가져온 이미지, 시사적이기는 했지만 그저 머리로 쓴 작품이어서 최종에서 탈락이 되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 작품으로 등단을 했더라면 더 발전하기가 어렵지 않았겠나 싶어요. 이후에 시인동네에 응모한 작품들은 대부분 저에 대한 이야기, 아픔, 내면을 담아냈죠. 그 작품이 결국 채택되고 나서야 깨달았죠.”

삶의 내면에서 녹여 나온 진솔함이 글의 토대가 될 때 작품은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그녀의 이야기. 임수현 시인의 진솔한 내면이 담긴 작품은 어떤 것일까.
“시인동네의 작품 중에서 <티백을 우리며>라는 시가 있어요. 가족이라는 이면에 있는 암묵적인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요. 책임지고 보살펴야 하는 가족이지만 그 반면에 티백을 우리듯이 서로를 우려먹는 고통의 의미로 쓴 시예요. 시라는 것은 밝고 희망 적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내면에는 말하지 못하는 아픔들이 있어요. 그것들이야말로 삶의 자양분인데 그것을 희망으로 승화시켜야만 한다는 것은 어렵죠. 부족해도 나의 그리움, 나의 상처, 나의 아픔을 말하는것이 읽는 이들에게 가 닿을 수 있는 거라 믿어요. <티백을 우리며>는 표제작이 되었지만 그 뒤의 <호흡법> 이라는 시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혀졌습니다.”
독자들은 작품 내용에 한번쯤은 작가를 포개어보기 마련이다. 작품은 작가를 궁금하게 하는 매개체가 분명하다. 글로부터 전해오는 글쓴이의 삶에 대한 뉘앙스. 그것이 혹여 사실이 아닐지라도 독자들은 작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간직한다. 사람의 삶과 사연이 다르듯이 공감하게되는 시의 종류도 다르기에 같은 호흡을 가진 독자와 시인이 만났을 때 비로소 위로의 말을 전하는것이  시가 아닐까.

문학동네에 당선 된 동시집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동시 속 그녀의 작품세계가 궁금하다.
“이제껏 그려내지 않았던 아이들의 쓸쓸함, 외로움 같은 내면의 마음을 담았어요. 아이들이 밝고 활기찼으면 좋겠다는 것은 어른들의 마음이 아닐까요. 침체되어있는 마음 또한 아이들의 일부이며 요즘 경제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은 많이 없겠지만 어둡고 불안한 마음은 더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동시를 쓰게 되면 그런 마음들 또한 꺼내보고 싶었어요. 맞벌이 가정처럼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의 사소한 이야기들인데 그 속에서 느끼는 쓸쓸한 감정들이 주를 이루는 동시집이 될 것 같아요. 그런 감정들 또한 기쁨과 희망을 끌어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경북문화신문

시와 동시 두 가지를 다 하는 작가의 세계는 혼란스러울 듯하다.
“시가 제 자신을 코너 안으로 몰고 가는 것 이라면 동시는 반대로 몰고 있는 나 자신을 밖으로 불러내는 것 같아요. 둘 다 마주보기인데, 시는 구석에서 마주보는 것이고 동시는 구석에 있는 아이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와서 마주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임수현 시인. 기성세대와 어린이라는 점에서 그려지는 대상과 접근이 다를 뿐, 아픔을 불러내 노래하고 싶은 그녀의 시는 세대를 가로지른다.

문학, 더 나아가 구미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데 어떤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까.
“사실 구미가 인구대비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많은 작가들이 구미 시민들에게 소개되고 방문을 하는데, 서울경기 지역에서 KTX를 타고 오는 작가들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구미에도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중앙문단에 꼭 나가야만 훌륭한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중앙문단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지역문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필요합니다. 지역 작가들도 서울로 상경을 종용하는 말들을 하지만 마음이 안 좋아요. 어쩌면 사실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죠.”

“대구지역에는 문학영재반이 있어요. 그곳에서 작가들이 지역학생들에게 직접 문예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구미에도 황현진 작가나 장대규 작가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젊은 분들이 많은데 이런 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아울러 문학영재 같은 미래의 창작가들을 발굴하는 것 역시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구미시도 이런 컨텐츠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구미의 새로운 문인 발굴 및 양성과 기성작가들의 실질적인 보존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절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인 임수현. 그녀가 꿈꾸는 구미지역 문학의 길이다.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은 그녀가 4관왕이 되는 날일지도 모를 일이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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