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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친구였던 개구리, 이제는 든든한 동반자

김정희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02일
1만여 점의 개구리가 있는 카페 겸 전시관< RANA COFFEE> 대표 윤영숙
같은 모양 하나 없는 개구리모형 구경에 시간가는 줄도 몰라

신록 짙은 계절을 더욱 더 푸르게 느낄 수 있는 곳 금오산. 둘레 길을 돌아 가벼운 트레킹을 마치고 구미도립도서관 근처에 위치한 이색 카페를 찾았다. 입구부터 함박 입 벌려 손님맞이하는 초록 개구리들이 주인공으로 있는< RANA COFFEE>. 모던하게 지어진 높은 건물을 올려다보니 옥상에 걸터앉은 대형 조형물, 왕눈이 개구리소녀가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공간 정 중앙에 커다란 유리 전시관이 차지하고 있다. 그 안에 개구리 모형들이 빼곡히 자리 잡았다. 오밀조밀하게 작은 모형부터 사람의 키를 능가하는 크기까지.
ⓒ 경북문화신문

계단을 올라 2층 전시관, 이곳은 카페인가, 박물관인가. 모두 개인소장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전시규모에 한 번 더 놀란다. 작은 열쇠고리부터 장신구, 학용품, 직접 만든 도자기 개구리의 수는 끝이 없다. 똑같은 모양 하나 없이 일렬로 늘어선 개구리를 하나씩 보고 있자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 경북문화신문

외롭던 어린 시절의 유일한 친구, 지금은 인생의 동반자

수많은 개구리를 수집하게 된 사연이 궁금해 카페 대표 윤영숙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윤 대표는 어릴 적 유난히 소심하고 말 수가 적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어머니께서 지나치게 화려한 치장을 해준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학교 친구들로부터 특이한 아이라며 놀림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졸업 때까지 친구들에게 외면을 당해 외롭던 어린 시절, 자신은 지금으로 치자면 왕따였다고 말하는 대표.
“친구도 없었고 외로웠어요. 방과 후에는 집에 가방을 던져놓고 늘 개구리만 가지고 놀았어요. 유일한 친구였던거죠. 그때부터 수집하게 된 개구리 모형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에는 나와 함께 놀아준 장난감이었다면 2,30대 때는 제게 희망을 주는 매개체였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점차 더 늘어나는 개구리들은 저의 동반자와도 같아요. 이제 얘들 없인 살 수 없겠구나. 개구리들과 오래도록 함께하려면 무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대표의 이야기는 마치 어느 동화책속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RANA커피 대표 윤영숙
ⓒ 경북문화신문

그녀는 청도에서 한 때 박물관을 운영했는데 많은 손님들로 북적여 협소한 공간을 제 2의 고향인 구미로 옮겨 와 확장했다고 한다. 지금도 공간이 부족해서 전시하지 못한 개구리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1만여 점에 가깝다.

노키즈존이 확산 되고 있는 시대에 어린이 손님이 환영받는 RANA카페 외부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작은 놀이공간도 마련되어있다. 바로 옆 건물에서 RANA 돈까스 메뉴도 개시했다고. 경치 좋은 금오산 산책을 마치고 식사와 커피, 디저트 그리고 볼거리까지 갖춘 복합 외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 경북문화신문

다복을 상징하는 개구리

작은 몸체에 물갈퀴로 연결된 발가락 4개가 달린 앞발, 끈적끈적한 물기 있는 피부에 불룩 튀어나온 레이더 같은 눈알을 가졌다. 개구리의 생김새는 아무리 생각해도 호감 형이 아니다.그러나 신기하게도, 전시 된 개구리 모형 수 천 점을 천천히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기분이 좋아졌다. 어쩌면 그 초록이 주는 싱싱한 기운과 개구리의 익살스레 웃는 듯한 커다란 입모양을 무한 반복으로 감상했기에 일시적인 기분전환이 된 것일까. 어느새 친근하고 기분 좋은 동물로 느껴진다. 윤대표의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버티게 해준 힘이란 이런 것 이었을까.
ⓒ 경북문화신문

“개구리가 가진 초록색 때문 일거예요. 저는 초록을 정말 좋아해요. 늘 초록색으로 상하의를 다 맞춰 입고 같은 색의 장신구로 장식을 하고 외출을 했죠. 나이가 들면서 조금 주춤해지긴 했어요. (웃음) 개구리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요. 다산, 건강 그리고 금전 운을 불러온다는 거예요.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개구리는 다복의 상징으로 여겨져요. 우리나라는 그에 비하면 친근한 동물은 아니죠”


개구리를 테마로 한 아이들을 위한 생태공원설립이 목표

“청도에 있을 때 직접 손 인형으로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이들이 보여준 반짝이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어요. 가을부터는 어린이 견학신청을 받을 계획이에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이 되고 싶어요. 개구리에 대한 모든 지식과 생태이야기가 있는 배움터가 되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개구리 입속으로 들어가서 개구리 미끄럼틀로 빠져 나오는 멋진 시설을 갖춘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개구리를 테마로 한 생태공원을 건립하는 것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 경북문화신문

어릴 적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던 것은 개구리뿐이었던 것 같다는 그녀는 쪼그리고 앉아 놀면서도 개구리들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유년시절을 버텨냈다고 한다.
RANA카페를 뒤돌아 나오는데 추억속의 만화주제가가 생각났다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핀다’
되돌아보면 어른이 된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만큼 부조리한 삶이 담긴 만화영화가 아니었던가. 축 처진 분홍 눈꺼풀로 피리를 불며 저항하는 게 전부였던 만화 주인공 왕눈이가 떠오른다. 윤대표의 외롭던 어린 시절은 어쩐지 왕눈이와 닮아있다. 노랫말처럼 무지개연못 같은 그녀의 꿈에도 웃음꽃이 피고 있다.


조소: 경북 구미시 금오산로 217-43
전화번호: 010-8580-1792
영업시간: 09:00-20:00


김정희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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