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이라도 난 듯, 가마솥은 펄펄 김을 내뿜는다. 인심 좋은 주인장이 뽀얀 국물을 투박한 그릇에 담는다. 아직 끓고 있는 국물에서 대파 향 머금은 구수한 온기가 얼굴 가득 번져 퍼져 나가는 것. 날이 찰 때면 신기하게도 허기진 뱃속이 그 맛과 온도를 어김없이 기억해내고 만다. 중앙시장 족발골목이 생각난다. 이곳에 들어서면 구수한 냄새풍기는 족발가게가 한집 걸러 또 한 집이다. 열 군데는 족히 넘는 경쟁 업체를 두고 맛과 정직으로 승부해온 ‘김가네 불족발돼지국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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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만 30년, 국밥 소개 빠지면 서운해김가네 불 족발을 운영하는 지의화 대표는 어린 시절 식당을 운영하던 어머니로부터 족발요리를 전수 받았다. 가게 입구에 까무잡잡한 족발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돼있다. 보기만 해도 탱글 쫀득한 콜라겐 식감. 족발만 30년간 삶아온 내공이 요리 곳곳에 보인다. 사실 국밥과 무침족발은 다른 가게에서도 오랫동안 해온 메뉴겠지만 이 집 대표 메뉴는 불 족발이다. 지대표의 아들이 공들여 제조한 매콤한 숙성 양념을 이용해 연탄 석쇠구이 식으로 조리했기에 시판 소스를 이용하는 곳과는 차원 다른 맛으로 차별화를 두었다고. 사람들이 매운맛에 열광 할 때 쯤 개발했다하니 아주 시기적절한 아이템이었다. 이에 아들과 딸은 홍보를 담당, 김가네의 맛은 입소문으로 이어져 매출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대표메뉴가 불 족발이라지만 이집은 국밥 소개가 빠지면 서운하다. 한 그릇6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물 반, 고기 반만큼 푸짐한 돼지국밥과 순대국밥, 내장국밥을 맛볼 수 있다. 매일 연탄 9장을 갈아내며 24시간을 끓여낸 김가네의 국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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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사랑에 기반을 둔 운영 원칙지의화 대표는 식당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정직과 신뢰를 가게 운영의 제 1원칙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근방에는 동종업계가 유난히 많기에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금방 무너지는 게 현실이며 친절한 서비스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전통시장 내에서의 영업은 고충도 많을듯했다. “경쟁업체가 많아 상인들과의 관계가 제일 힘들었죠. 흔들릴 때 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노력했어요. 내가 잘 살면 자식도 훌륭하게 큰다고 생각하면서 나눔과 봉사에도 인색하지 않으려 애썼어요.” 그는 현재 ‘노인후원회’ 회장을 맡아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힘들수록 베풀고, 또 버티면 이긴다는 말을 떠올린 지의화 대표가 어느새 자식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인다. 사실 그는 구미시의 자랑인 국악인 이소정 명창의 어머니다. 얼마 전 딸의 대통령상 수상을 계기로 가게운영을 또 한 번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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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의화 대표(우)와 그의 여동생(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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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조리과정이나 응대에서 손님을 속여 기만할 수 없고 단 한명의 고객이라도 소중하게 여긴다는 지의화 대표. 입 소문 듣고 찾아왔다는 젊은 학생들이 찾아올때면 다 퍼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 고맙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이른 새벽부터 연탄을 떼고 국을 끓인다. 배만 부른 게 아니라 마음도 불러오게 하는 게 바로 시장국밥이 아닐까. 그 마법 같은 따뜻한 한 끼를 내어오는 곳, ‘김가네매운족발돼지국밥‘에서 맛보자.
주소:경북 구미시 산업로2길 52-1
연락처:054-452-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