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구미공단 전체 공장의 가동률은 70.2%였다. 이중 5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의 가동률은 39%로 삼성신규폰트 사업 등으로 전월 31.3%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사실상 휴업 상태에 가깝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2,064곳으로 전체 가동업체 1,727곳 83.7%를 차지, 조업율 하락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로 인한 고용 현황 또한 8만4,330명으로 2.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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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경기침체로 공단경기가 어려워진데다 대기업의 수도권과 해외이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쳐 구미공단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구미시중소기업협의회장을 맡은 김영호 회장은 어깨가 무겁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려울 때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법. 지난 3월 취임한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임식도 생략하고 구미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구미공단은 그동안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파주 이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수도권 이전 등 대기업이 수도권과 해외로 이전하면서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중소기업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김 회장은 구미공단이 과거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소기업협의회 회원 수는 700여개사. 하지만 몇 년 전, 경기가 좋을 때만 해도 900여개사에 달했을 정도란다. 회원사 수 감소 또한 구미경기를 반영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서비스 중단과 매출 급감으로 휴·폐업과 권고사직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코로나19 관련 정부정책이 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영난 속에서 감원 대신 휴직이나 임시 휴업에 따른 고용유지지원금은 우선적으로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좋지만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해 고용유지가 힘든 상황에서 고용을 유지했을 때 지원해 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또 현재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만 마련되어 있는데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보존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영양출신으로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1997년 ㈜영진하이텍 설립해 올해로 23년째 경영해오고 있다. 경운대 IT에너지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금오공대 최고경영자과정을 거친 그는 탁월한 성실함과 도전정신으로 휴대폰, 반도체, LCD 등 최첨단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자동화 장비를 생산하면서 지역의 대표 중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특히 1,500만불 수출로 지역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지난 2015년 이달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영진하이텍 구미공장은 기술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연구 및 기술개발을 해오고 있으며 베트남 공장은 주로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경영활동으로 인한 수상경력 또한 화려하다. 2012년 중소기업청장 표창 수상, 2013년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2014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산업기술상 수상, 같은 해에 고용노동부장관 기능한국인 제93호 선정, 2019년에는 경상북도 도지사 표창을 수상했다. 현재 경상북도 기능경기위원회 기술부위원장, 구미상공회의소 상공의원, (사)3D프린팅산업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구미공단 50년사에서 23년을 함께한 산증인 김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중소기업에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정통제조업에서 가전로봇, 자동화 장비 등 4차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지원책인 금리인하 등의 대출은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이같은 임시처방으로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지금의 경기로는 6개월 버티다가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값을 주면 밥 한 끼 해결하고 나면 끝나듯이 저이율의 대출금 지원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각 기업의 실정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인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미공단은 이제 더 이상 대기업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중소기업 스스로 자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업에 의존한 탓에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김 회장은 “협의회 회원사 및 구미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지역의 중소기업을 위한 전시회를 매년 개최해 지자체, 대기업 등 관련 기업 구매책임자를 서로 매칭, 연계해 정보공유는 물론 4차산업 개발 등을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통한 구미시스타기업 발굴에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