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는 노인보호 수요 증가와 고령화된 노동력,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같은 문제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특히 노인 치매현상은 환자의 인지기능상실로 주변인과 가족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게 된다. 더욱이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한 증세이기에 노년을 앞둔 이들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최근 의학계를 비롯한 실버산업관련 업계에서는 치매의 조기발견과 치료보다는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치매걱정 없는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선 한국시니어인지교육협회 박양미 대표또한 통합적 치매관리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왔다.
박대표는 2015년 도의원 보궐선거 출마당시 선거운동을 통해 지역구 경로당을 비롯한 노인계층을 두루 살폈다. 경로당에 나오지 않고 있는 분들에 대한 의문을 가지면서 은둔, 우울 형태의 소외감을 가지고 외부 활동이 전혀 없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 대한 보살핌이 절실히 필요하다 느끼면서 치매예방활동가로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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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양미대표가 치매예방과 관련한 사례를 설명하고있다.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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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개인으로서 노인복지와 관련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상담을 통해 간간히 도움을 주곤 했지만 극소수의 노인들이었기에 좀 더 폭넓은 지원과 대책을 고민하다 치매 예방에 관심을 가졌고 노인복지 서비스의 제도권에 더 다가설 수 있었다.
박대표가 운영하고있는 한국시니어인지교육협회는 치매예방관리사 양성 기관으로 최근 경상북도에서 비영리 민간단체로 지정됐다. 현재 교육 수료생 백여 명이 소속된 ‘버들봉사단’이 사회 공헌활동에도 매진을 하고 있다. 자격증 교부가 끝이 아닌 취업 인프라도 구축돼있다. 교육장을 스터디공간으로 활용하거나 노인들의 쉼터 같은 장소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2년, 구미를 포함해 각 지자체에서는 치매안심센터 확충과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박대표는 그것은 사후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초고령화를 향하는 현 시점에는 치료에 앞서 예방에 힘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이어서“정부 정책과 공적인 면에 국한돼 고령화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주변의 노인층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지, 정서, 신체활동에 기반 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치매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치매관리는 약물 치료와 비 약물 치료가 병행되는 것으로써 약물치료는 치매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증상을 개선시킬 뿐 100% 완치는 불가하다. 따라서 의료인이 아닌 전문 인력들을 통한 인지, 정서, 신체 활동의 퇴행을 막는 노력이 함께 요구되는데, 이를 통합적 치매관리라고 일컫는다.
치매예방에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노인들이 있는 반면, 주변의 방관과 가족의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고독사와 같은 문제도 심각하다. 이처럼 예방조차 취약한 노인들을 위해 ‘노인맞춤돌봄서비스’가 구미시에서도 운영 중이다. 지정된 생활지원사들이 노인 가구를 직접 방문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박대표는 이와 같은 제도가 있다 해도 놓치는 노인들이 다수라고 말하면서 상시 봉사활동을 통해 점검이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한다.“코로나19 이전에는 한 경로당을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 간 방문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르신들은 바로 옆 이웃들에 대한 정보가 우리보다 빠르다.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정보를 현장에서 바로 받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고 밝혔다. 구미전체의 경로당을 방문해서 소외된 노인들을 발굴해 집밖으로 발걸음하게 하는 것이 그의 포부라고 밝혔다.
실버산업의 확대로 노인복지와 관련한 자격증 수요자들 역시 증가했지만 우후죽순 생겨난 기관들 탓에 검증된 교육기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관에서는 한 번 수강에 대여섯 개의 자격증을 패키지 형태로 발급해주는 등의 자격증 남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곧 업계의 과열경쟁으로 이어져 더욱더 부실한 교육을 제공 하게 된다는 박대표의 주장이다.
박대표는 치매케어를 위한 자격증 취득과 관련해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치매환자 케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장기요양사업기관에 속한 인력에 한해서 과정을 신청 받고 온라인 접수 시작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마감돼 교육을 받고싶어도 신청 할 수가 없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지원자가 소속된 기관에서는 유급 휴가를 제공해서 교육을 보내야한다. 이수가 끝난 교육생은 곧 이직을 하면서 민간 기관의 인력이 유출되는 구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서 그는 “건강보험공단의 교육과정을 검증 된 민간위탁으로 전환을 하거나 권한을 일부 부여해준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인력 수급이 용이해질 것이며 우후죽순 생겨난 기관의 내실없는 자격증 남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시니어인지교육협회는 자격증을 내어주고 마는 기관이 아니라 취업은 물론 ‘1365자원봉사단’에 소속 돼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현장감과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취업으로 이어진 교육생 개인의 만족뿐만이 아니다. 사회에 공적인 헌신이 가능할 만큼 발전된 개인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라며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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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수료생 100여명이 '버드미봉사단'에서 활동하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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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의 고용현태 변화에도 힘주어 말한다. “현재 경력단절여성의 현실을 고려해볼 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단시간 근로 형태의 일자리를 늘려야하고 60대 이상의 노년층들에게도 치매 관련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한다”면서 노인이 노인층을 돌보는 것을 예로 들었다. “현재 교육 수료생들 중에는 68세 어르신이 있는데 열정이 대단하다. 봉사에는 빠지지 않으려 활동 중이며 본인의 활력을 찾으면서 벗을 삼을 수도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박대표는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교환일기형식의 노트, ‘나를 찾아서’를 들어 보인다. 노트에는 ‘오늘 먹은 것, 오늘 한 일,어제 한 일’등의 간단한 내용이 기록된다. 항목에는‘김치를 먹었다. 밖에 나갔다.’등과 같은 글이 삐뚤 하게도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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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일기형식으로 진행중인 노트'나를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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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하던 기억이 어느 순간 느슨하게 허물어지면서 먼 과거를 시작으로, 곁에 있는 이의 이름마저 순식간에 잊게 되는 것. 인지기능을 상실하는 치매. 결국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환자는 더욱 더 급증 할 것으로 예상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부모님께 꼭 자주 전화 드리세요. 매번 교육 끝에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물을 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당신 자식의 이름을 외칩니다.”
붉어진 박양미 대표의 눈시울에서 진심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