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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계일주, 게임하는 `김천 수도암 원제 스님`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24일
"불교는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길"
ⓒ 경북문화신문
조계종 공식 세계일주 1호 스님, 글 쓰는 스님, PC게임 매니아,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하는 스님, 선원에서 20안거한 스님, 젊은 수도승...원제 스님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들이다. 어느 것 하나 범상치 않다. 지난해에는 13년간의 수행과정을 정리한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불광출판사)를 출간해 4쇄 인쇄까지 했을 정도로 작가로도 각인됐다.
장마가 시작될 무렵 김천시 증산면 수도산 중턱에 위치한 수도암에서 원제 스님을 만났다.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그대로 온전한 답이다
“저는 출가해서 선원에 살고 있는 수행승입니다. 부모님에게 아들이며, 누군가에겐 오랜 친구고, 어느 공부인에게는 스승이며, 세계 일주를 한 여행가이며,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땡중이고, 틈틈이 글을 쓰는 작가기도 합니다. 세상에 여러 삶이 있을 뿐 아니라 한 개인에게도 이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과 역할이 있습니다. 답을 정해서 고정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미 답은 다채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어느 한 역할에만 머무르려고 고집하지 않는다면 동시에 여러 역할들도 아무런 걸림없이 원만하게 이뤄갈 수 있음을 저의 ‘중놀이’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원제 스님은 세속을 등지고 수행자의 삶으로만 사는 여느 스님들과는 달랐다.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사람이나 세상은 그대로 온전한 답이다’는 말을 증명하듯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출가 수행자의 삶 또한 처음에는 세상과의 단절, 분리가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성숙해졌을 때는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란다.

진리 위한 삶에 불교 들어와
어떻게 출가를 하게 됐을까. “대학 때 종교학을 전공하면서 불교를 처음 만났습니다. 불교를 만나기 전에 진리를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고 그러다 불교가 저의 삶에 쑥 들어왔습니다. 대학 3학년 때 ‘참선과 삶’ 수업을 들으면서 좌선을 처음 해봤는데 뭔지 모르지만 뭔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졸업과 함께 출가해 스님이 되고 현재 14년째 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원제 스님은 서강대 종교학과 00학번이다. 수도암 선원수좌로 2006년 해인사로 출가했다. 출가를 마음먹은 대학 3학년 이후 학업 외의 모든 시간은 수행으로 맞춰졌다. 졸업할 때까지 하루 6시간씩 명상을 했고, 주말마다 화개사의 철야참선에 참여했다. 당시 매일 옴마니반메훔 3만번, 반야심경 200번, 천수다라니경 200번 독송 등의 목표를 정해 놓고 수행을 했을 정도로 그는 불교에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종교학과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성균관대에 입학해 1학기를 보낸 후 서울대를 목표로 재수, 삼수를 했지만 생각했던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결국 서강대에 입학한 것이다.

ⓒ 경북문화신문
“어렸을 때부터 현실과의 분리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분리감은 실체를 갖고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수행을 위한 전조 같은 것입니다.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과정들이 반복됐고 이는 진리란 무엇인가, 나란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귀결됐습니다. 그 과정들은 종교학, 불교, 경전, 수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수행은 고통스러워야하고 고통을 자각해야만 수행을 하게 되어 있다. 수행의 인연이 결국 진리를 위한 삶으로 연결된 것이다.

"제가 종교학과를 선택한 것 같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종교학, 불교가 나를 끌어들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가 저를 끌어당기기 위해 방황의 시간을 마련해 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방황을 그냥 한 것이 아니구나, 불교를 만나려고 그랬구나’라고 느껴지자 탈출구를 만난 것처럼 행복했죠.”

세계일주 여행에세이집 출간 예정
원제 스님은 선원에서 20안거를 났다. 동안거와 하안거 1년에 6개월씩 10년을 지냈다. 수행에서 힘든 점은 없었을까. “번뇌의 해결문제가 힘들었습니다. 6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주변의 도반이나 수행승처럼 공부의 나아감이 없어 자포자기했죠. 그런던 차에 세계 일주를 떠났고 2년(2012. 9~2014.10)간 5대륙 45개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이후 수행이 편해지고 쉬워졌고, 근본 바탕을 만나야지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는 선어록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근본 바탕은 불교에서 무심,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근본 바탕은 보통 수행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는 선원에서 수좌로서의 정체성을 지니면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역할은 공부가 안정됐다는 스스로의 판단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 지난해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를 출간하게 된 계기 또한 같은 이유다. 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경험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독자층을 두텁게 쌓아가고 있다. 올 여름이 끝날 즈음에는 세계일주의 구체적인 경험과 사건을 풀어낸 여행에세이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숨겨진 물건을 찾으려면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가야 합니다. 거기서 물건을 찾을 때 찾는 이 역시 그 물건처럼 숨어 있게 되는 것처럼 나 자신을 비워내야지만 본래 아무것도 아닌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출가를 통해 눈앞이 느껴지는 삶, 전체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원제 스님. 세속의 인연을 끊고 수행자로서 제한된 삶을 살 것 같은 스님이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속세의 사람들보다 더 자유롭기까지 하다. 마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김천시 증산면 수도산에 위치한 수도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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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암의 대적광전과 동서 삼층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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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분 기자 / 입력 : 2020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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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 아웃...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다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08/19 21:1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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