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속 작은 꽃밭, 그보다 더 작은 텃밭! 초록 잔디가 유난히 푸른 전원주택은 여백의 미를 한껏 살렸다.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비워내고 남겨두는 공간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총총 들어박힌 아파트에 살다가 잠시 마스크를 벗어도 좋을, 오로지 초록이 출렁대는 휴일 오후였다. 이 아름다운 공간의 안주인 바로 서양화가 김점희 선생님이다.
비가 와서 풀이 쑥쑥 자라나 장마철이 되면 손가락이 저린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그림 속 해바라기를 닮았다. 정원에는 붉은 장미가 많다. 울타리를 둘러싼 장미꽃 아래로 고추며, 상치, 오이가 자란다. 먹을 만큼 수확하고 오며 가며 이웃과 나눠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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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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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이 고향인 김점희 선생님은 포항에서 15년을 살았다. 포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몇 해 전 구미로 이사 왔다.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살았던 탓에 그 푸른 바다를 영, 두고 올 수 없어 작년까지도 포항에서 전시회를 열어 출퇴근했다. 올해 초 드디어 지인의 소개로 구미미술작가회원으로 발을 옮겨 활동 중이다. 현재 양포도서관에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전시 중이다.
#그림, 만나다!초등학교 시절, 봄이면 제일 먼저 교실 뒤편에 그림이 붙었고, 중학교에선 담임 선생님이 미술을 담당하셔서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 환경정리 때가 되면 그림을 붙여주시며 격려해주셨고 이를 계기로 미술에 더 관심이 갔다며 웃으셨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해 집안의 반대로 그림을 잠시 미뤄두었다. 대학에선 교육학을 전공했으나, 학사편입을 통해 동국대 서양화를 다시 전공하게 되었다. 40대, 조금 늦은 나이였다. 무엇을 언제 시작했는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현재 무엇을, 어떻게 즐기며 하고 있는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그것이 옳다.
#자연, 그리다!아침에 눈을 뜨면 집안일 끝내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7시간 이상 2층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사방이 탁 트인 창 너머 풍경이 또 풍경을 낳는다. 그래서일까. 화실엔 테레핀 냄새가 조금 났지만 자연을 훨씬 닮았다. 바다가 주 배경으로 캔버스마다 푸르고 푸르다. 여기에 시골 풍경과 다양한 꽃들이 주를 이루어 색색의 유화물감이 붉고, 푸르고 때론 흐리다. 붉은 장미꽃, 초록 고추나무, 상치, 그리고 잡초가 켜켜이 어우러진 작은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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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리다!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사는 일은 행복하다. 거기에 그림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알록달록 다양해서 30대에서 60대까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니 그 또한 재산이다. 평생교육 강좌를 통해 군위도서관, 가은도서관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서양화를 지도한 경험도 있다. 신조형 미술대전에서 특별상, 신라대전 특별상, 여성미술대전 우수상, 29회 전국미술 공모전에서 수상할 만큼 재능이 뛰어나지만, 그보다 조용히 그림 그리는 일이 더 행복하다고 겸손하게 웃으셨다.
#삶, 그리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꽃밭과 텃밭이 있는 전원 속 풍경이 아름답다. 2층 화실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캔버스들을 바라보며 김점희 선생님의 미술을 향해 살아온 삶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득 한 견에 마르고 있는 작은 캔버스에 눈길이 갔다. 당연히 자연이다. 시골의 고즈넉한 마을, 붉은 지붕이 반쯤 가려져 있어 어떻게 완성되어 그려질까 궁금해진다. 앞으로도 격식 없이 비구상(추상)을 즐겨 그리시며, 이곳 구미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시길 기대한다. 삶이 풍경이고 그림이 풍경이 되는 세상, 서양화가 김점희 선생님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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