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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만난 사람(5)]사랑과 열정으로 길 위에서 선 박상봉 시인을 만나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0일
햇살이 참 좋다, 양희은 노래를 들으며 슬로우 고고, 인생도 이리 슬로우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주말 정오 무렵, 대구에서 오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두 손엔 소소한 선물까지 덤으로 들고 오시는 박상봉 시인을 만났다. 언젠가 행사자리에서 잠깐 뵙고 한참 만에 뵈었다. 나직한 목소리로 늘 조근조근 무언가를 설명해주시는 박상봉 시인! 그는 공단 문학을 대표하는 한 분, 혹은 시인이다. 내가 20대를 거쳐 30년이 지나도록 이 언저리를 배회하는 것도 어쩌면 문학이란 말 속에 내재 된 인간미를 매몰차게 내치지 못하는 까닭이지 싶다. -조영숙 시인/시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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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박상봉 시인은 1983년 이후 박기영·안도현·장정일 등과 동인지 ‘국시’로 등단해 일찌감치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1985년 대구 봉산동에 전국 최초로 문화공간 겸 북카페 ‘시인’을 운영했던 시인이기도 하다. 특히 밤의 디스크 쇼 故이종환 씨가 낭송한 그의 시가 ‘한국인의 명시’로 꼽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국시」 동인지 통해 물불 안 가리고 치기 넘치게 시를 쓰던 때가 있었다
1981년에는 대구 동성로 런던제과점 옆 골목 탈다방에서 김용락 박기영 오승건 이문재 장정일 권승하 등과 「7인 시화전」을 가진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박기영 시인이 「국시」 동인활동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나와 박기영은 안도현 권태현과 그해 5월에 「국시」 동인을 결성하고 통신문학동인지라는 독특한 방식의 매체를 발행하며, 시의 생활화 운동을 펼쳤다. 나중에 장정일 김상윤이 가세하고 강남옥 김완준 백창수 엄승화 시인을 동인으로 추가 영입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발행된 통신문학지 「국시」는 전국의 시인들과 문학동호인들에게 발송됐다. 기성과 신인 구별 없이 우수한 신작시를 수록해 문예지가 부족했던 당시에 기성 시인과 신인을 막론하고 발표 지면을 제공하는 시 전문 매체로 한몫을 하였으며, 통신으로 독자를 찾아가는 새로운 시운동으로 주목도 받았다. 매달 「국시」동인지가 발행되고 거의 매달 신작발표도 하게 되었으니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10년간의 그 무렵이 내게는 물불 안 가리고 치기 넘치게 작품을 쏟아내고 가장 왕성하게 시를 발표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카페 물땡땡』(만인사, 2007)
돌아봄과 따스함, 혹은 기다림의 시, 바로 카페 물땡땡의 대명사다. 한 시인이 걸어온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작품을 모아 시집을 냈다. 그의 시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가슴앓이가 녹아 있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대량 생산, 대량 소비시대의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반하는 풍요 속의 빈곤, 혹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이 많다. 정보화의 빠른 진행과 삶에 대한 반성, 자본과 물질의 풍요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우리들의 삶은 점점 메말라 갔다. 시인의 이러한 시대의 아픔을 아우성치며 목청을 높였다. 개인적으로는 시집을 출간하고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후회를 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다음 시집, 혹은 개성 있는 작품집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기업성장 컨설팅 업무도 시의 기능과 같다
지역 첨단 중소기업 CEO들을 초청한 가운데 시 강연, 시노래, 각종 음악공연과 독서대학, 문예강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이끌어 왔다. 실례로 구미에서 그는 시와 IT의 절묘한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유명하다. 박 시인이 주관하는 시낭송회에서 참석자들은 매번 색다른 체험을 한다. IT기업이 개발한 블루투스 기술과 스피커를 시낭송과 접목한 사례는 곧바로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냈다. 시낭송 후 두 IT기업은 서로의 기술을 자사의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문단 활동을 시작한 지 대략 40년째, 시 이야기보다 기업을 걱정하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다녔다. 시인이면서 기업성장지원 컨설턴트의 일원으로 오래 일하셨기 때문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기업성장지원단에 경영전문위원으로 일하며 홍보마케팅실장을 역임한 박상봉 시인은 구미뿐 아니라 대구와 경북지역의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성장판을 열어주는 일이 그의 업무였다. 돌아보면 보람찬 일들이 많은 이유가 있다.

#시 놀자, 금오산 뒷길에서
가을이다. 인생의 사계절로 본다면 선생님도 나도 가을이다. 우리에겐 남은 가을이 있고, 오지 않은 겨울이 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좋은 글쓰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말 좋은 시 쓰기다. 여기에 선생님이 진행 중인 숨어있는 인재, 원석으로 존재하는 시인들을 발굴하는 일이다. 그들의 시를 찾아 읽고, 출판을 도와 멋진 출판기념회까지 물심양면으로 밀어주는 일이다. 오늘도 무궁화 잎새에 앉아 어느 동네, 어떤 시집을 냈을 묻혀있는 시인을 찾으러 길을 나섰거나... 혹은 낡은 서가에 꽂혀 있을 수많은 작품을 틈틈이 읽고 시가 우선이 되어 찾아 숨을 불어넣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으니 햇살 아래 시집이나 읽고 계실지 사뭇 궁금하다. 금오산 뒷길, 커피베이에서 가끔은 박상봉 시인의 보석 찾기는 계속될 것이다.

#구미_박상봉
수줍은 얼굴 함부로 내보이지 않는
한때의 세찬 젊음 다스려 주던 모성의 품 안
한겨울 진눈깨비조차 참 따뜻했던 구미
발갱이 능선에 엎어놓은 납작납작한 공장들
굴뚝마다 뜨거운 연기 뿜어내는 세월 그리워
살아가면 갈수록 비어지는 가슴에
날염(捺染)을 찍어대는 써늘한 직기소리
집들과 공장을 휘돌아 흐르는 강물에
마음의 짐 부려놓고
가슴 미어지게 출렁거렸던 비산나루의 오후
절망을 씻어 말리던 강물 속 상처의 시절을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네
마음이 헐어지고 시절이 쓸쓸해지면 다시 찾을까
진눈깨비 날리는 막다른 골목길 빈집을 두드리면
풀감을 끓이다가 내 이름 정겹게 부르며
달려 나오실 어머니, 메마른 입술 눈언저리
주름의 세월 누가 덮어 줄 수 있을까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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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 혜택 때문에 그런거 아니고? 우리도 다자녀 농수산물 지원 5만원 사이소에서 사라길래 회원가입했는데 ...
8명이 시위 하는데 안전상의 문제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판이네 아~ 찍새까지 9명인가?
요즘은 형곡동에서 사곡오거리로 아우토반 넘어가는 시작점부터 화물차들이 대놓고 주차해 놓던데 그 큰 도로에 화물차 주차가 말이 됩니까? 구미시는 왜 가만히 방치하는지 사고 나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는지
특별히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고
그래서 가은중은 고려대 우리는 구미대? "
지자체나 출연기관, 보조금 단체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 행사들이 취지나 명분만 포장하고 있고 내용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말과 자아자찬에 기념사진 남기기가 주요 사안인 것 같다. 다른 지역도 어느정도 닮은 꼴이겠지만 변화와 발전을 위한다면 좀 바뀌어야한다. 사진찍기에 동원되는 관계인들도 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닌 목적과 가치를 짚어보는 자세로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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