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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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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에는 표정이 있습니다. 특히 나이를 먹어 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정말 다양합니다. 얼굴에 삶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 분들의 모습엔 희노애락이 있죠. 바로 감동입니다. 절경은 시가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풍경은 그림으로 남는다면 사람의 얼굴엔 인생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인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진작가 박종숙 선생님의 철학입니다. <조영숙 시인/시낭송가>
#신축년 소띠 해의 포부가 있다면2020년 연초 농촌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사진 작업을 계획했는데 코로나19로 꼼작 못했어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를 보면 30대의 사진작가와 80대의 영화감독이 트럭 사진관을 만들어 곳곳을 누비며 그 지역주민들을 촬영하여 대문에, 담에, 지붕에 사진으로 도배를 해주며 때로는 가족의 소중함과 각자의 자존감을 일깨워 주던 영화였습니다. 그 영화를 보며 외롭게 혹은 자녀들이 보고픈 어르신들에게 이런 작업을 통해 위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는 저도 천천히 한마을씩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궁극적인 저의 가장 큰 꿈 이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계획했던 어르신들과의 작업이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사진 작업을 통해 추구했던 작업이 있다면
30여 년 동안 사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물사진에 마음이 쏠리게 되었습니다. 인물사진으로 작품활동을 하기는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물론 젊고 아름다운 사람을 모델로 하게 된다면 고민은 아마도 덜 할 겁니다. 전 얼굴에 세월이 묻어나는 분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작업을 늘 구상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생활 반경이 크지 않아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한 장의 사진으로 Msg같은 행복을 드리는 것이 제가 하고 싶은 작품 활동의 한 장르입니다. ‘실버테라피’ 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 다른 하고 싶은 작업은 전문 직업인들이 현장에서 각자의 직업이 백그라운드가 되어 그 사람에게서 직업적인 힘이 느껴질 때 그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요. 10년 전부터 꿈꿔왔죠. 여전히 사람을 찍는 걸 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 사진을 통해 기억에 남는 작품 혹은 에피소드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던지 각자의 자리에서 봉사라는 걸 합니다. 저 역시 사진작가이다 보니 사진으로 하는 봉사가 많아요. 몇 해 전 요양원 어르신들께 ‘행복한 인생사진’ 이라는 제목을 걸고 드레스, 턱시도 프로필을 찍어 작은 액자로 선물해 드렸어요. 요양원 관계자께서 할머니 할아버지 각자의 침대머리맡에 두셨는데 면회를 온 자녀들이 달라고 해도 안 주셨다고 하네요. 어르신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물한 것 같아 너무 좋았죠. 이후 하늘나라로 소풍을 가신 어르신이 몇 분 계시는데 그 사진으로 영정 액자를 만들어 쓰셨다면서 사진을 보내 주셨어요.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아름답게 지켜드릴 수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 사진관을 운영하게 된 동기제 나이쯤의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때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려 사진을 찍었었죠? 30대 초반이었습니다. 사업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어요. 어떤 계기로 사진관에서 잡일부터 했는데 너무 재미있더군요. 사람을 만나는 것과 그 사람들이 들고 온 필름을 현상해 보면 내가 가보지 못한 여행지의 멋진 풍경과 그 속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마치 영화장면처럼 멋졌어요. 그래서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나 봅니다. 선산에서 ‘이브스튜디오’ 사진관 개업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카메라가 귀할 때라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밤샐 정도로 필름 작업이 많았어요. 20년 정도 영업하면서 아날로그 사진에서 디지털사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과정을 지나왔어요. 전혀 생소한 디지털의 기술로 넘어오는 과정은 역시나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공부는 필수였고 전국으로 다니면서 배워야 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지요. 10여 년 발품 팔며 공부했어요. 전공하지 않은 제게 인물사진 전공의 기술을 습득하게 해준 중앙대학교 인물사진컨텐츠 1년 과정이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많은 사진작가를 만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되었지요. 자연스럽게 저를 돌아보게 되고 더 넓은 시장을 꿈꾸었어요. 구미로 진출했죠. 가족과도 동업하지 말라는데 저는 그 위험한 동업을 시작했어요. 지금까지 함께 하는 ‘맹글’의 동지가 되었죠.
# 사진을 통한 수상기록(사)한국프로사진협회가 있습니다. 올해로 62주년 이거든요. 우리 협회에서 해마다 주최하는 촬영대회가 있는데 그곳에서 작년에 한국프로사협 케논촬영대회에서 금상을 수상 하였습니다. ppa라는 미국프로사진가들의 단체가 있습니다. 그곳에 6년 정도 작품을 출품하여 수상점수를 받아 공식적인 PpaMaster Photographer가 되었습니다. 이외 다수의 수상경력도 조금 있구요.
# 디지털시대와 아날로그 시대의 차이라면사진을 놓고 볼 때 디지털시대와 아날로그시대의 구분법은 이 질문이면 끝날 거 같아요. ‘필름사진 찍어 보셨나요?’ 지금 세대들은 필름을 실물로 본 경우는 많지 않겠죠. 30대까지는 그래도 어릴 때 필름을 본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20대는 완벽한 디지털세대로 넘어가 버렸지요. 아날로그감성이라고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옛날에 소풍을 가는 날이면 그 전날 사진관에 들러 카메라 대여도 하고 혹시 잊어버릴까 조심하며 목에 카메라를 걸고 소풍을 갔죠.
친구들과 즐겁게 사진 찍고 나면 다시 그 필름이 사진으로 나올 때까지 3~4일 기다렸어요. 그 기다리는 시간은 설레임과 행복도 있어요. 필름시대가 전문가의 시대라면 디지털시대는 전 국민의 작가시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모든 사람이 카메라 1대씩은 가지고 있잖아요. 폰 속의 자동카메라, 기능도 너무 좋아요. 초창기의 폰 카메라와는 비교가 안 돼요. 찍고 나면 확인이 가능하니 사진에 대한 설레임은 단축된 시간만큼 줄어버렸을지 모르겠네요. 사진 파일이 저장되니 굳이 앨범을 만들 필요도 없구요. 빛바랜 감성 사진앨범은 없어지고 10년 20년 지나도 변치 않는 파일로 TV 화면에서 가족사진을 보는 것이 디지털시대죠. 요즘 누렇게 빛바랜 사진 속 감성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두면 먼 훗날 정말 풍성한 추억이 될 거에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위한 스위치 같은 거, 사진 아닐까요?
# 기억에 남는 사진자그마한 할아버지께서 오셨는데 목소리도 너무 작아 알아듣기 힘들었어요. 의자에 앉아 다소곳이 손을 모으셨는데 옷은 어떤 회사의 작업복인 듯, 때가 꼬질했고 손톱 밑에도 때가 끼어 있었어요.
외모는 볼품없는 한 노인이었죠. 그런데 사진을 찍고 난 후 증명작업을 하면서 그분의 표정을 보고 놀랐습니다. 힘은 없어 구부정하고 옷이 남루하여 초라할 거 같았는데 표정이 너무 평안하였습니다. 그분이 살아오신 인생이 그대로 얼굴에 투영이 된 듯 밝았습니다. 아직도 그분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저에게 이정표를 알려 준 사진이기도 합니다.
# ‘맹글’의 의미코로나19는 비대면 시대로 현대를 바꿔 버렸습니다. 부담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셀프룸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셀프사진맹글다를 ‘셀프사진관맹글’로 동글동글한 느낌으로 친근하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고객들께 세팅을 해 드리고 셀프로 촬영하면 너무 자연스럽고 재미난 사진들이 많이 나와요. 언젠가 한 커플이 예약하고 왔는데 드레스와 턱시도를 가지고 왔어요. 어떻게 드레스를 입고 셀프를 찍게 되었냐고 물어봤죠. 두 사람이 양가에 허락을 받고 결혼하려니 코로나로 인하여 식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간단하게 사진으로 인증하고 선동거, 후예식에 합의했다고 하네요.
‘맹글’은 무언가를 맹글다에서 출발합니다. 가족을 맹글고, 추억을 맹그는 곳, 바로 박종숙 작가가 꿈꾸는 곳입니다. 전국민사진가 시대입니다. 나를 위한 사진, 가족을 위한 사진, 크게는 우리를 위한 사진을 기록으로 남겨 먼 훗날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면 빛바랜 사진 한 장 집어 들어 버튼을 눌러 보세요. 그 순간 우리는 행복의 시간으로 여행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