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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박종숙 작가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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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참 좋다. 흰 운동화 가볍게 신고 들판 한가운데를 누비고 싶은 계절이다. 눈을 뜨면 목련이 웃고 진달래가 천지에 손 흔드는 모든 것들이 황홀한 때이다. 어디선가 구성진 노랫가락 들릴 듯, 길손을 반기는 목소리에 귀가 솔깃하다. 여리고 고운 그러나 단아하면서도 중후한 그녀를 만났다.
# 판소리는 나의 놀이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잘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서커스단이나 당시 유랑악단이 들어오면 심청전, 춘향전 등 창극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무대에서 혼자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 너무 멋져 보였다. 자연스럽게 국악을 좋아하고 학창시절 장기자랑도 민요를 불러 박수를 받곤 하여 소질이라면 그쪽으로 발달 된 듯 하다.
# 직장여성으로의 삶, 그리고 함께 한 소리의 길
2007년 (사)명창박록주기념사업회에 입회하면서 한국의 판소리를 전승하게 한 박록주 선생님의 고향이 바로 구미(관심리)란 걸 알았다. 그때 선생님의 소리를 이어가는 구미의 소리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보다 본격적으로 소리 공부를 하기 위해 주말마다 전주에 있는 판소리 선생님을 찾아가 공부했다. 곧 큰 명창이 될 줄 알았는데 직장생활과 병행한 소리의 길은 멀기만 했다. 슬럼프도 있어 쉬기도 하였지만, 좋아하는 소리라 끈을 놓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이젠 퇴직하였으니, 더 열심히 공부하여 선생님의 전통소리를 이어가는 소리꾼이 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아직은 부끄러운 소리지만 박록주선생님의 소리가 구미시민이 한 소절씩 다 할 수 있는 날까지 널리 알리는 일을 할 것이다.
# (사)명창박록주기념사업회, 그리고 박록주 선생님(사)명창박록주기념사업회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동편제 판소리의 거장이며, 구미시 고아읍 관심리가 고향이신 명창박록주선생님의 예술적인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는 사업으로 전국국악대전을 2000년부터 실시하여 올해 21회째를 맞이했다.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교육부장관상, 구미시장상 외 많은 시상이 있는 우수한 대회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박록주선생을 기리는 추모국악공연, 시민을 위한 판소리 아카데미, 학술대회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록주 선생님은 본명 命伊(명이), 아호는 春眉(춘미) 록주(綠珠)는 예명이다. 선생님 소리는 동편제 소리로 힘이 있고, 시원한 통성으로 소리를 끌고 가 군더더기가 없고 분명하게 소리 맺는 특징이 있다. 현재 그 소리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분은 1대제자 이옥천 선생님, 박송희 선생님 제자 정순임(박록주제 흥보가 보유자), 김정민, 채수정 선생님 등 박록주사업회에 지원과 자문을 해주시고 계셔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
# 판소리와 함께 걸어갈 길박록주 선생님의 제자이신 박귀희 선생님을 기리는 [박귀희명창기념관]이 건립되었다. 하지만, 박록주 선생님은 국가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인간문화재인데 아직 전수관이나, 기념관이 없다. 그의 업적을 기리는 유물 등 수많은 자료를 보관하거나 관리할 수가 없다. 소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박록주선생님의 업적들이 이렇게 방치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고 죄송하다. 선생님의 예술혼을 이어갈 수 있는 명창박록주기념관이 건립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기금모금을 위해 앞으로 버스킹 공연 등 홍보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서 시민에게 다가가는 공연을 하고 싶다.
# 현재 하고 있는 일박록주선생님의 소리를 전승하기 위해 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또 피올라마음학교를 운영하며 현대인의 우울증 등 마음이 힘든 사람들에게 마음힐링 명상교사와 음악심리상담 등을 하고 있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 소리를 통하여 마음을 힐링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명상을 자주 한다면 더 즐겁고 행복한 삶으로 다가갈 수 있다.
# 구미 문화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봄봄, 동백꽃의 김유정 소설가가 짝사랑한 박록주 선생님의 러브스토리는 유명하다. 김유정문학촌에 가면 그들의 이야기가 많이 올려져 있다. 구미에도 이렇게 스토리텔링화하여 스토리가 있는 ‘박록주로‘ ‘박록주소리길’ 같은 거리를 만들어 시민이 힐링하며 문화체험도 할 수 있는 공원길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그 거리에서 선생님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인생백년’과 ‘흥보가’의 한 소절을 구미 시민이면 누구나 콧노래로 부를 수 있는 날이 꼭 오리라 희망한다.
따뜻한 차 한잔 나누고 돌아서던 길, 벚꽃잎 환하다. 목련꽃 화들짝 핀 그사이 푸른 하늘은 시원하다. 발끝에 이제 막 피어난 노란 민들레꽃 하나에 발걸음이 멈춰진다. 작고 여린 꽃 너머로, 훨훨 피어나 세상 속으로 스며들 홀씨들이 그려진다. 그들과 함께 구미를 넘어 전국으로, 세계로 피어날 명창 박록주 선생님의 소리, 그리고 김현조 선생님의 열정이 더해진 신명나는 판소리 한 자락 파란 하늘에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