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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 공존하는 해평습지 역사 써 내려가는 ‘두루미 할아버지’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1년 07월 21일
인터뷰]철새도래지 보호관리원 이경석씨
지난 9일 오전, 본지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샛오르미’를 발견했다며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샛오르미(본지 공모를 통해 붙여진 지산샛강 고니 이름)’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반가움과 궁금증을 품고 알려준 대로 구미보 주변의 해평습지(선산읍 원리 5-59)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곳에 정말 샛오르미가 있었다. 낙동강변 길에서 50m 남짓 떨어진 습지 풀숲에 숨어 있어 웬만해선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왜가리나 백로와 구분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해평습지에서 ‘샛오르미’ 최초 발견
ⓒ 경북문화신문
지산샛강에서 사라졌던 ‘샛오르미’를 해평습지에서 최초로 발견한 이경석씨(선산읍, 77세)는 실제 현장에서 수년째 철새를 관찰해온 ‘두루미 할아버지’로 통한다. 지난해까지 5년째 구미시에서 운영하는 철새도래지보호관리원으로 일하면서 매일 시간대별로 철새의 실시간을 기록해왔으니 그렇게 불릴 만도 하다. 게다가 대구지방환경청의 명예환경감시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갹~~’하고 소리를 내면 신기하게도 샛오르미는 목을 길게 뻗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첫 만남에서 이미 그가 ‘해평습지의 철새 박사’나 다름없다는 것을 짐작했다. 겉표지에 철새도래지1구역인 이곳의 위치를 위도와 경도로 표기한 손바닥만한 크기의 그의 수첩을 보는 순간 아마추어의 실증적 경험이 소위 전문가라는 학자의 지식보다 강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첩에는 철새보호관리지침과 주요 업무, 철새들의 특징을 차례대로 손글씨로 정리되어 있었다. 철새가 날아오는 날짜부터 이듬해 서식지로 날아가는 날짜와 함께 쇠기러기, 청둥오리, 흑두루미, 재두루미, 고니 등 철새의 종류와 도래시간, 장소별 개체 수 등도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연도별 철새 도래현황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근무일지를 적은 파일만도 1년에 2권씩 10권 남짓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철새도래지인 해평습지의 살아있는 기록이자 역사인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샛오르미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북상하지 못하고 지산샛강에 홀로 남은 것도, 공모를 통해 이름을 지어준 것도, 지산샛강과 괴평 들녘에서 사라진 것까지도. 본지의 기사를 꼼꼼하게 스크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샛오르미를 발견한 이후부터 매일 관찰일지를 쓰고 있었다. 기록을 남기는 그의 메모 습관에 경외감마저 든다.

ⓒ 경북문화신문
그가 처음부터 철새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재두루미가 농약으로 폐사된 적이 있었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경북대 명예교수)과 고엽제전우회가 자연보호운동의 일환으로 괴평으로 환경정화 및 순찰 감시를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철새도래지 보호관리원으로 일하게 됐죠.” 고엽제전우회 회원인 그는 박 소장과의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철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원양어선 항해사·선장으로 25년동안 근무
이쯤되니 그의 전직이 궁금해진다. 그는 박정희대통령 시절 해양고등학교를 나와서 원양어선 항해사로 선장으로 25년동안 바다에서 보냈다. 5대양 6대륙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란다. 전직이 항해사와 선장이다보니 위치를 나타낼 때 위도와 경도로 표기하는 것이었다. 망원경을 통해 철새들의 수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해평습지 생태환경으로 잘 보존해야
철새도래지관리보호원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지난 5년간 월동하는 재두루미두 마리와 함께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매년 재두루미 두 마리가 해평습지에서 월동을 하는데 2016년에는 59일간, 2017년 108일, 2018년 86일, 2019년 111일간 월동후 북상을 했어요. 그런데 지난해는 재두루미가 새끼를 낳아 세 마리로 가족이 늘어 11월 8일 오후 5시 5분에 첫 안착해 108일간 월동후 북상했어요.”
그는 재두루미 가족 3마리가 해평습지 모래톱에 내려앉아 먹이를 찾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회고했다.

5년 동안 철새가 남하했다가 북상하는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관찰해온 그는 “2014년에 흑두루미가 2,472마리가 날아왔었는데 2017년 도로공사를 하면서 100여마리로 현저하게 줄었다”며 “철새는 환경과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동강의 강정습지와 해평습지는 흑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쇠기러기 등의 다양한 겨울 철새가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환경이 우수한 지역이다. 동북아 두루미 이동통로 상 중간기착지로서 생태 환경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습지를 잘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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