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매화가지에 꽃망울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어쩌다 손가락으로 튕길 때면 으악, 꽃망울을 터트릴 셈이다. 자연은 언제고 신비롭다. 봄바람 맞으며 구미 도예가 회원이며 경북 도예가 회원, 그리고 현재 구미 예술창작스튜디오 입촌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을선 선생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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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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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게로 왔다2000년 그즈음이었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도자기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매력에 푹 빠져 전공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과 그리고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가 내게로 왔다. 그래서 내겐 도자기가 특별하다.
# 흙은 삶이고 소통이다도자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과의 소통, 혹은 조화를 이룸에 있어 도자기보다 더 좋은 도구는 없을 것이다. 흙은 자연이고 우리의 생명의 원천이다. 또한 흙은 나 자신을 정화시키고 마음의 안식을 찾는 도구이기도 하다. 흙을 만지는 행위는 행복감과 생명을 불어넣는 정교한 작업이다. 작은 소품 하나를 만들어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나만의 세상에서 혼자만의 상상으로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곳, 바로 작업이다. 흙과 교감을 통해 이따금 나는 나 자신에 빠져든다. 나는 흙으로 다양한 조명들을 수없이 만들었다. 그 중 연꽃을 모티브로 조명을 만드는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의 내면과 또 세상을 밝게 만드는 희망을 꿈꾸곤 한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 모든 탁한 것을 정화하고 은은히 피어나는 것처럼 내게 도자기는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 연꽃의 향기가 좋다다양한 생활 도자기를 만든다. 나는 특히 연꽃을 주제로 많이 사용한다. 흙으로 무언가를 만들다보면 작품 속에 연꽃향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 내 작품을 보는 이들의 가슴 속에도 은은한 그 향기가 스며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기억하고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연꽃 향기 스며있는 작가로 남고 싶다.
# 꾸준히 전시회를 가졌다2005년부터 구미예술창작스튜디오에서 월동준비전을 했으며, 구미도예가회 전시(구미문화예술회관)도 꾸준히 했다. 2012년에는 한.일 도예교류전이 도쿄 문화박물관에서 있었고, 2016 프랑스 리옹 도자기 박람회 특별초대전시에 참석했다. 그 외 다양한 전시회 및 2005년 제8회 디지털 구미 전국산업디자인대전 대상을 받았다. 현재는 구미예술창작스튜디오 입촌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흙은 놀이며 우리의 쉼이다코로나로 인해 힘들다는 말은 너나없이 하는 말들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이 순간 또한 비켜갈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흙을 밟고 만지고 보듬어 보면 좋겠다. 멋진 작품은 도예가들의 몫이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은 바로 나의 몫이다. 구미시가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와 도자기체험을 할 수 있는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릴적 아이들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발로 흙을 밟고 일어선다. 가끔 손가락에 묻은 흙을 입으로 넣는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럽던 유아기가 있었다. 태어나 일생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흙은 생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숨쉬게 하는 삶의 숨구멍 같다. 따사로운 햇살에 등 기대고 앉아 흙을 빚는 일, 세상의 그 어떤 말보다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