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화요일이다. 흐트러진 장미는 울타리에서 제각각 고개를 숙이곤 차마 숙연하다 못해 처절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산다는 건 때론 화려한 붉은 장미에서 비에 젖은 그저 그런 꽃이 되지 못한 날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장미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저 한시름 숨 내려놓는 한때의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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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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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식 시인을 만났다공정식 시인을 만났다. 2009년 즈음, 한 스님을 통해 시인의 움막에서 처음 만났다.
그분의 삶이 수행자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나는 그 이전에 알게 되었다. 그와 함께 여러 차례 시화전을 열며, 여러 번의 권유에 드디어 등단할 용기를 내게 되었다. 이전엔 시는 그저 내 일기장 속에 시의 이름으로만 남아 있었다.
명상을 통해 정화되는 시의 세계살다 보면 다양한 불만들이 우리를 둘러싼다. 게다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걱정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명상을 한다. 명상을 오랫동안 해왔다. 이를 통해 허튼 생각과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모두가 흔히 겪는 탐심을 양파 껍질 벗기듯 산 삶이 고마웠다. 나는 늘 그 바탕 속에서 시를 쓰고 싶었다. 삶을 정화된 정신으로 보고, 나를 잘 가꾸어 가는 일상 속 언어로 전하고 싶다. 맑고 향기롭게 우리의 내면에 찬 고통과,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세상 가장 낮은 소리를 내고 싶다.
나의 문학 활동창원에 있는 움막문학회가 시우문학회로 바뀌었다. 내가 살던 곳은 서울이었지만 내 문학활동은 창원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움막문학회를 통해 문학활동을 시작한 까닭이다. 주남저수지를 중심으로 시화전을 자주 가졌다. 우리가 시를 쓰면 공정식 시인은 그림을 그려 멋진 시화를 만들어 냈다. 주남저수지 내에서도 시화전의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곳은 철새 도래지였는데 우리가 시화전을 하면 푸른 하늘 위로 새들이 날아와 앉곤 했었다.
현재는 월간 문학세계와 서석문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우문학회, 글잼 동인회에서 활동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의 세계 문학을 접하면서 삶의 잣대가 달라졌다. 우위를 추구하던 젊음은 사라지고 낮은 자세로 임하며 자연을 사랑하며 자유롭고 여유로운 일상이 매우 감사해졌다. 사람 중심의 사고와 인류애적인 내 심성을 가꾸어 간다. 서울에서 살다 구미로 이사 온 지 4년차이다. 늘 경쟁하듯 살아가던 날들이었다. 구미로 오면서 좀 더 가까이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이 내겐 한층 풍요롭다. 서울로 가는 삶보다 고즈넉한 구미를 사랑하게 되었다.
문학과 함께 생활불교를 수행자처럼 살고 있는 한 시인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기인 같기도, 때론 철학자 같기도 한 시인의 인생 마음 씀을 알게 되어 충만해졌다. 어쩌면 명상을 오랫동안 해온 시인이라 그의 내면의 세계가 한층 깊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머잖아 이곳 구미에서도 활발한 문학 활동을 통해 정착하시길 바래본다.
無心
-加蓮 이승연
비우겠다며, 무거운 짐(罪) 메고
떠난 전나무 숲 길
출가로 찾아보겠다던 無心
오대(五臺)를 올라 옛 성현의
수행의 그림자로 본
다른 내 모습
이마 찧으며 삼보일배를 하며
털어내려한 삶의 무게와
그! 누구도 주지 않았어도
혼자 가진 마음...
월정사 종소리
단단했던 귀청이 부서지고
새벽 별빛에 초롱히 내 눈빛도 빛나
여명은 거두어지고
아침 햇살 받으며
무심한 한 사람 서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