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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통시기 대읍, 상주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한기문, 『고려시대 상주계수관 연구』, 경인출판사, 2017
안정분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12일(수) 17:29
ⓒ 경북문화신문
타지 사람들의 상주에 대한 첫인상은 어떨까? 대부분 ‘자전거가 많다’, ‘곶감이 유명하다’, ‘~여로 끝나는 말투가 특이하다’ 정도일 것이다.    

『고려시대 상주계수관 연구』의 저자인 한기문(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상주에 대한 첫 인상에 대해 현재의 한적한 모습과 달리 전통시기 대읍으로서 그 잔광이 문화유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1992년 상주대학교에서 연구생활을 시작하면서 상주와 처음 만난 저자는 역사연구자답게 문화유적을 통해 전통시기 대읍을 확인했다. 양무가 있는 향교, 웅장한 객사, 도심에서 발견된 석불상, 장백사지의 장대한 석탑 옥개석 편 등 저자가 문화유적에 대해 붙인 ‘웅장한’, ‘장대한’ 등의 수식어가 이를 반영한다. 또 저자는 지리지와 읍지 자료에서 뿐만 아니라 또 ‘~여’로 말을 끝맺는 충청도와 비슷한 상주지역민의 사용어투에서도 대읍임을 확인했다. 고려시기 상주가 영속(營屬)한 행정단위가 충청도 5개 군현이 포함된 계수관의 잔형이었기 때문.  『고려시대 상주계수관 연구』는 상주에 대한 첫인상에서 시작돼 25여년간의 오랜 연구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상주는 전통시기에는 대읍이었으나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되어 현재 소도시가 된 지역이다. 저자는 상주가 대읍으로서의 위상을 고려시기 상주 계수관의 구조와 운영, 문화적 현상을 통해 보여준다. 고려 계수관은 신라시기 광역주를 발전시킨 독특한 지방제도로서 조선시기에는 사라진다. 상주계수관은 계내 수관으로서 상주와 그 수관이 거느린 영군현을 포함한 영역으로서 상주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닌다. 고려시기 계수관에는 남경, 4도호부, 8목 등이 있는데 상주는 8개 목급 계수관 중 하나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3장으로 나눠져 있다. 1장에서는 상주계수관의 수관으로서의 성립과 구조에 대한 이해를 시도했다. 2장은 상주계수관의 영역과 운영을 조명했다. 3장은 상주계수관의 문화를 탐구해 그 위상을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고려시기 상주관아 위치는 현재 읍성의 유구가 확인되는 왕산을 중심한 일대에 있었다. 상주 관아의 구성은 목사가 머문 청사를 위시해서 사신관을 맞아 국왕의 명을 받는 객사, 풍영루 등과 창고, 선군청 등의 부대시설로 이루어졌다. 특히 객사는 영남에서 제일 규모가 컸다. 상주 계수관은 사신관이 영남으로 들어오는 관문격의 위상도 지니고 있었다.
“지형은 참으로 기복하는 호랑인 듯/ 천리를 담처럼 둘렀으니 어이 그리 멀던가/ 빨리 오느라 곤하여 눕자 해저무니/ 눈을 붙여 기이한 것 구경할 겨를 없네/ 날이 새자 나가 자세히 보니/ 비늘같이 많은 집들 용이 주두에 얽혔네”
이는 1196년 이규보가 상주를 남유하면서 남긴 시 중 상주 읍내에 들어서면서 본 상주 인상을 읊은 시이다. 이규보는 상주 읍내에 고기비늘처럼 촘촘히 많은 집들이 있고 그 규모도 화려한 기둥을 사용한 것임을 말하고 있다. 신라시기 이래 도시계획된 토대위에 성립된 것으로 다시 말하면 지형이 담처럼 두른 평지에 도시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충혜왕 때 안축이 상주를 묘사한 “내가 상주목사의 명을 받고 이해 사월에 주에 도임하여 정사를 보니...옛적에 해우(廨宇)·주학(州學)·선사(禪祀사)·불사(佛寺)가 모두 퇴비(頹圮)하고 오직 객사만이 웅대하고 수려하여...”라는 글에서도 상주 관사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상주목 읍치에 밀집된 공공 건물로 지방관아, 주학으로 표현된 향교, 종교제의를 담당한 신사와 사원, 객관이 갖추어져 있었다. 이는 일반 주현이하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계수관은 군현의 행정적 중심부이자 도회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영역 거점도시의 면모를 갖췄다. 즉 상주계수관이 계내 수관으로서 위상에 부합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향촌사회를 주도하는 호장층 즉 상주 재지세력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주리 김조, 호장 김일 등은 서로 혼반을 형성했다. 호장 김의균은 연경모임을 형성해 향촌사회를 주도했다. 별장 김득현은 주현군 장교로 진출하고 백련결사에 참여하고 시주한다. 재지세력은 최자의진수시에서 향공을 준비하는 유생들, 김수재, 최수재, 대노 등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대노는 상주토성 김박주황 등의 지역 세력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상주 주현에서 인근 속현지역으로 농장 등의 세력 기반을 확대해 갔다. 이는 명종대 김영의, 신종대 박문노, 공민왕대 김직지 등의 예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상주계수관에서 최상위 위상을 가진 것은 자복사라고 한다. 상주자복사는 상주의 읍내 사방에 위치해 읍내를 옹호해 상주를 불교도시로 보호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복이 있기를 기원하는 절인 자복사는 국가 정기 불교의례를 시행, 주관했고 숙박과 장시역할도 하고 상주 읍민의 발원장소이기도 했다.
고려시기 사원은 국가의 지방지배와 향읍의 공동체 유지, 일상생활 등의 문화공간이었다. 상주계수관에는 신라이래의 불교기반이 있고 고려 개국시에 후백제와의 쟁패지로서 태조가 사원세력의 도움을 받고 지원한 배경이 있었다. 고려의 체제화된 불교에 대한 반성으로서 고려중기 이후 나타난 결사 운동은 상주계수관내 공덕산, 태백산, 공산, 용문산 등지에서 활발히 일어났다. 이 지역은 신라불교가 수용된 도상이기도 하다.
낙동강을 관통하는 상주는 상주도와 경산부도가 교차하고 낙동강 수계와도 관계하는 곳이기도 하다. 조선시기 『택리지』에도 수륙교차지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상주는 상주계수관으로서의 역도와 수계의 교통이 교차하고 원과 사원이 보완하는 중심지임을 밝혔다.

상주의 위상은 신라시기에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고려시기 상주계수관이 성립되기 전 신라시기에 이미 상주는 독자적인 세력을 가지고 신라로 복속되는 과정을 거쳤다. 상주는 사벌국에 연원하여 진한 소국 중 늦게 사로국에 복속된 만큼 가장 위상이 높았다. 삼국시기 군사적 요충지로서 상주 주치가 됐고 통일 후에도 여러 영군을 영속한 지역 중심이었다. 장관인 도독은 주사의 보좌를 받아 행정권, 병마권, 서물진상을 통한 신속의례를 담당해 영역을 대표했다. 상주는 통일신라시기에 이미 계수관의 형태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규보를 비롯한 당시 문인들의 글을 통해서도 상주계수관의 존재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상주는 사벌국에서 연원하는 역사의식이 이규보의 시에서부터 비롯해 고려말의 여러 시문에 계승되어 있었다. 상주는 동남로로 오는 여러 사신관과 지방관이 부임하는 첫 관문으로서의 위상을 가졌음을 이제현의 시서에서 알 수 있었다. 또 상주는 연원지로서 전국적 순례지가 된 공덕산을 배경을 하고 있었음을 천책과 권근의 글에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상주는 문경, 기양현, 옥천, 일선 등으로 둘러싸인 중심지임을 시문의 경관 설명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저자는 책머리를 통해 “고려시기 상주계수관의 현황을 정리해 그 시기 지방제도 운영 특색을 이해하려고 했다"면서 "고려시기 상주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고대사와 조선·근대시기에 편중되어 고립적으로 지역사를 이해하는 것을 불교 사원지와 상주 계수관제도를 참구하면서 고려시대를 포함해 상주사를 계기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연구를 하고자 했다”고 연구 의도를 밝혔다.
학계에서도 "고대사와 조선시기사, 혹은 현대사 위주로 서술된 연구 경향을 중세시기 지역사 연구로의 관심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며 "고려시기사의 특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고대에서 조선기로의 이행에 따른 체계적인 한국사 이해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안정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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