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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 나선 공지영 작가
“꼰대가 되지 않는 비결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
안정분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15일(월) 19:12
ⓒ 경북문화신문
“예술가들은 자기의 과거 작품이 큰 라이벌이죠. 그러나 과거 자신이 썼던 표현을 가져다 쓰고 싶을 때가 너무 많다. 나이가 들면 감각은 무뎌지고 점점 두루뭉술해지니까요. 남의 글을 인용할 때는 누구의 글이라고 쓰면 죄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내 것을 갖다 쓰는 것은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지만 작가로서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거죠.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다보니 이제는 피해갈 틈이 너무 작아요. 30년 동안 40권을 썼으니까. 작가들 중 첫 작품, 두 번째 작품이 좋은 작가는 많다. 하지만 훌륭한 작가들은 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이 되는데 이런 작가들을 문호라고 부르죠. 예를 들면 톨스토이의 《부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박경리의 《토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등이다. 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써왔던 모든 작품을 부정하는 길을, 젊어서는 절대로 획득하지 못했던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로 승부해야 하죠.”

소설가 공지영씨가 지난 12일 구미 삼일문고 강연장을 가득 메운 100여명의 청중 앞에 마이크를 잡았다. 구미시의 지역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한 사업 일환으로 열린 북콘서트에 초청작가로 나선 것이다.

“요즘 지리산에서 지내고 있는데 자리를 잡고 보니까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의 배경이 된 곳이에요. 중학교 1학년 때쯤 고모네 집에 놀러 갔다가 철학과에 다니는 사촌 오빠가 권해준 《토지》 일부를 밤새도록 읽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목숨을 걸 일이 몇 개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세계(글쓰기)라면 내 인생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그곳에 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공지영은 처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당시 소설가는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책과 글을 가까이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결심을 했단다.

“중학교 때 시, 연재소설, 일기 등 각각의 노트를 만들어 날마다 쓰고 삽화도 그려 넣었어요. 밤 2,3시까지 잠도 자지 않고 쓰면서 행복했죠. 글이 너무 좋아서 글을 썼던 그때가 문학에 가장 열정을 가졌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공지영은 이날 강연에서 꽁꽁 숨겨왔던 중학교 때 쓴 노트를 꺼내듯 지금까지 자신이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소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담담히 밝혔다. 글을 쓰는 것은 엉덩이와 허리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작가로서 한계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었다.
ⓒ 경북문화신문

“세상의 모든 걸작들은 특히, 문학은 인간의 고통을 영양분으로 해요. 왜냐하면 세상의 70%이상이 고통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죠. 30%안에 들어가 살면 인류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쓰기 어려워요. 인간의 보편된 이야기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고통 속에 들어가 본 인간만이 인류 보편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입장권을 얻은 것이죠.”
그는 “중국의 역사를 집대성한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죽음보다 더 치욕적인 궁형을 택했다. 그 고통 속에서 만든 위대한 작품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읽히고 있다”며 사마천이 후기에서 밝힌 ‘한 사람이라도...이 책을 읽고’라는 부분에 숙연해졌다고 했다.

“사마천은 이미 2200년 전에 모더니티, 현대성을 갖고 있었어요. 《초한지》에서 중국 최대 악녀로 불리는 여태후 시절 중국은 전례 없이 태평했다는 그의 평가는 여태후에 대한 관점이 당시와 달랐다. 프랑스 혁명이 위대한 이유는 인류가 가고 있는 순방향에 섰다는 것이죠. 모든 것의 주도권이 점점 대중에게, 낮은 곳으로 내려온다는 것이다. 현대성이라는 것은 이렇게 점점 역사의 순방향과 함께 가는 것이죠.”
공지영은 작가들이나 예술품을 바라볼 때 이러한 관점을 갖고 자신의 기호를 입히라고 주문했다. 또 글을 쓰고 싶다면, 혹은 인생을 더 의미 있게 살고 싶다면 대가가 큰데 그 위험의 노출 없이는 한단계도 성숙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처음 갈 때처럼 인생도 누군가의 손을 놓고 돌파해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고 영원 머무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4차 혁명의 시대다. 원하든 원하지않든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이러한 격변기에 한 가지 붙들고 있어야 하는 감각은 인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에요. 인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결국 가장 낮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지배층에, 인간 탄압에 협력하는 반지성적인 사람이 된다. 반지성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내가 태어나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과 다른 거죠.”

공지영은 SNS, 스파트 폰으로 인해 세상이 바뀌고 있지만 반지성인이 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 또 늙어서 꼰대가 될까 두렵다며 꼰대가 되지 않는 비결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꼰대는 시대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 자기 경험 속에 매몰돼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죠.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른스러움을 가지는 것이에요. 어른스럽다는 것은 통찰과 무게를 갖고 자기자리에서 자기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죠.”
그는 어른스럽게 되는 데에 책 만 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힘들었던 격변의 시기에 책을 통해서 길을 얻은 것처럼. 고귀한 사람들의 지성적인 언어들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나온다며 좋은 책을 읽길 권했다.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공지영은 “자유인으로 살다가 지리산 어느 길모퉁이에서 말년을 맞이하길 바란다. 마지막까지 글을 쓰고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며 앞으로의 바람을 밝히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구미시의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한 북콘서트는 지난달 28일 박도작가의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공지영 작가에 이어 8월 10일 나태주 작가의 북콘서트가 이어질 예정이다.
안정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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