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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사찰②]금오산마애보살입상과 약사암

안정분 기자 / 입력 : 2019년 08월 12일
보봉 아래에 있어 남동으로 수백리의 통망이 좋더라...
구미·선산 지역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자리한 곳으로 일찍부터 신라불교 초전법륜지로 주목되어 왔다. 그래서인지 지역에는 크고 작은 절터와 석탑, 불상, 석등 등 통일신라는 물론이고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조성된 많은 불교유적과 유물을 볼 수 있다. 한 지역에서 이렇듯 조밀한 불교유적의 분포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드문 경우다. 본지에서는 신라 불교가 전래된 성지로서 구미·선산 불교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역사를 간직한, 유물과 유적이 남아 있는 사찰을 둘러본다. <편집자주>
ⓒ 경북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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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새긴 불상, 만들 때부터 그 자리 고수
금오산 정상의 암벽에 위치한 보물 490호인 마애보살입상(磨崖菩薩立像)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금오산에 올랐다. 해발 976m인 금오산은 이미 경사가 급하고 험난한 산으로 정평이 나있다. 19년 동안 구미에 살면서 금오산 정상까지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일 정도로 산을 잘 타지 못하는 기자에게 금오산 정상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마애불이 뭐라고 한 여름에 금오산에 오르는 무모한(?) 도전을 했을까.

마애불(磨崖佛)은 한자그대로 바위 면에 새긴 불상이다. 절벽의 바위 면이나 거대한 바위 면에 새겼기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한 조각이어서 흔히 부동산(不動産)조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금오산 정상 암벽에 5.5m 높이의 보살 입상이 새겨져 있다. 금동불 같은 이동 가능한 작품들과 달리 마애불은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질 때부터 이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구미, 금오산에서 조성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화강암이 다른 석재에 비해서 풍우에도 오래 견디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 경북문화신문

바위 모서리에 새겨진 고려시대 불상
금오산 정상까지 1km 남짓 남았을까. 갈림길의 표지판에는 좌측은 마애석불 0.6km, 우측은 정상·약사암 0.9km 남았다고 안내한다. 마애석불의 안내를 따라 10여분을 오르니 병풍처럼 둘러진 거대한 암벽에 새겨진 보살입상을 만날 수 있었다. 바위 모서리에 조각해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어떻게 이곳에 이렇게 조각을 할 수 있었을까. 
머리에 쓴 보관으로 보아 보살임을 알 수 있고, 광배와 좌대를 갖추고 있었다. 얼굴은 갸름하고 풍만한 인상인데다 이목구비의 윤곽이 뚜렷하지만 굳은 표정이다. 특히 몸에 비해 팔이 긴 편이며 바깥으로 보이고 있는 손바닥도 큰 편이다. 평면에 억지로 입체적으로 표현한 발은 유치하다 못해 좀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의문(衣文)은 유려하고 몸매도 세련됐다. 얼굴과 신체 의상 광배 등을 고려해 볼 때 조성연대는 고려시대로 추정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불상 주변에 자연석 주초와 많은 기와 파편 등이 있어 건물이 조영됐던 것으로 짐작, 이곳이〈일선지 一善志〉에 기록된 보봉사의 절터로 추정된다. 보봉사에 관해서 “보봉사가 보봉아래에 있어 남동으로 수백리의 통망이 좋더라”는 기록이 전한다.
ⓒ 경북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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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창건되었다는 약사암(藥師庵)
금오산 정상의 약사봉 아래 있는 사찰인 약사암(藥師庵)은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래되고 있으나 고대의 유적이나 유물은 전무(全無)하며 근세의 건축으로 추정되는 두 칸의 법당 건물이 기암절벽 밑에 남향으로 건립돼 있다.
약사암에 관해 <일선지 一善志>의 불우조 및 <범우고 梵宇攷>의 선산도호부조에 의하면 금오산절정의 암석간에 약사암이 있다는 기록으로 보아 고찰임을 고증해 주고 있다. 또한 고종 때 간행된 <영남진지>의 금오산성조에 당시 법당은 8간으로 동향이며 성내 삼리에 있다고 기록됐다.
약사암이란 암자명(庵子名)이 약사봉 밑에 소재해서 생긴 명칭인지 약사암 때문에 생긴 산봉명인지는 알 수가 없다. 현 법당 내에는 석불좌상 일구가 봉안되어 있다. 단양인 우상학이 1935년 정월에 지은 약사암중수기에 의하면 본래 지리산에 석불삼구가 유존했던 것을 그 중 일구는 김천 직지사의 삼성암(三省庵 )에 이안하고 일구는 수도암(修道庵암)에 이안(移安)하고 나머지 일구가 이곳 약사암에 봉안되었다고 한다. 이 약사암의 석조여래좌상은 화강석의 석불로서 학계에서는 조성연대를 신라말 또는 고려 초로 추정하고 있다.

참고문헌_『일선지』, 『범우고 梵宇攷』, 『영남진지』
『마애불』(문명대, 대원사, 1991)
「구미·선산지역의 불교」(정영호, 1997)


안정분 기자 / 입력 : 2019년 0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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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고
그래서 가은중은 고려대 우리는 구미대? "
지자체나 출연기관, 보조금 단체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 행사들이 취지나 명분만 포장하고 있고 내용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말과 자아자찬에 기념사진 남기기가 주요 사안인 것 같다. 다른 지역도 어느정도 닮은 꼴이겠지만 변화와 발전을 위한다면 좀 바뀌어야한다. 사진찍기에 동원되는 관계인들도 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닌 목적과 가치를 짚어보는 자세로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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