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7천만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유치한 정경화-케빈 케너 듀오 공연을 불과 열흘 앞둔 18일 오후 1시 현재, 1천211석 중 225석을 판매해 예매율이 19%에 그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각 인천공연 예매율은 95%, 춘천공연은 56%를 보였다.
이에 대해 구미경실련(이하 경실련)은 “오는 27일 개최되는 ‘정경화 바이올린 리사이틀’ 공연은 마니아 수준의 연주곡들로 구성돼 구미시민들이 소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인천보다 비싸고 춘천보다 2배나 비싼 전국 최고 티켓 가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로인해 “구미시의 이미지가 ‘클래식 음악공연의 무덤’으로 낙인찍혀 향후 구미 공연유치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며 “티켓가격을 춘천처럼 반값으로 긴급 재조정해 예매율을 최소 50%는 넘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티켓 가격이 반값인 곳은 춘천만이 아니다. 작년 4월 같은 정경화-케빈 케너 듀오의 (재)부산문화회관 주최 ‘정경화 초청 리사이틀’(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의 티켓 가격도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1만원이었다. 한수원 협찬을 받지만, 지난 주말 ‘괴르네-조성진 경주 공연’은 ‘경주시민 50% 할인’을 통해 매진시켰다. 통영국제음악제를 개최하는 통영시도 할인 정책을 펴고 있다. 슈퍼 콘서트인 작년 9월의 예술의전당 ‘정경화 & 조성진 듀오 콘서트’도 구미와 비슷한 R석 12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 B석 3만원이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2013년 11월 리노베이션 재개관 이후 1만6천원, 1만원을 유지하면서, 2014년 4월 현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영입 이후 인기를 높인 다음 2017년부터 3만원, 1만6천원, 1만원으로 대폭 인상했지만, 저항 없이 연속 매진으로 서울 제외 지방 교향악단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같은 대구시향 사례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이반 피셔-조성진 대구 공연과 빈 필 대구공연의 ‘3분 만에 매진’ 사례처럼, 지방도시 클래식 음악 공연에서 가격 책정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구미시의 실책은 지역성과 대중성을 깊이 있게 고려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워너 레이블에서 이번 공연 기념으로 인천·춘천·구미 연주곡과 같은 곡목의 앨범을 24년 만에 재발매해 YES24에선 클래식 음반 판매 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구미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며 “구미시 주최 공연은 세금으로 공연비용이 충당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평균치 수준을 고려해야한다. 평균치를 지나치게 벗어난 주관적 의욕은 예산낭비로 비난받으면서 문화계에 되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실내음악 자체가 관현악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유로 경실련은 실내악 중심의 구미국제음악제를 계속 반대해왔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연속 매진’ 등 전국적으로 그렇게 잘나가는 대구콘서트하우스도 연중 현악사중주단 초청 공연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실내악의 비대중성’을 여실히 입증하고 남는다는 것이다. 또 같은 실내악축제인 평창국제음악제는 성공하고 있는데 비해 구미국제음악제는 실패하면서 중단한 이유에 대해 평창은 수도권 음악애호가를 겨냥했고 구미는 구미시민을 타깃으로 하다보니까 전곡 연주보다 유명 악장만 공연하는 ‘짜깁기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했고 짜깁기 연주는 평창음악제까지 가는 대구의 소수 애호가들조차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구미의 저조한 예매율은 세계적 연주자인 정경화에게 민망하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음악계에도 타격을 받을 것이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춘천 수준 반값으로 내려 박리다매함으로써 60% 이상 판매하는 게 일거양득 해결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번 실책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경험 많고 능력이 있는 개방형직위제 민간 공연예술기획 전문가를 문예회관 관장으로 영입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측은 티켓가격에 대한 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티켓가격은 당초대로 R석 10만원, S석 9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이며 국가유공자, 장애인 50%할인, 30매 이상 단체예매 20%할인, 문화예술회관 문화회원 30%, 예술회원 20% 할인 적용 받을 수 있다. 예매방법은 예술회관 홈페이지
http://www.gumi.go.kr/arts 티켓링크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