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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판소리 명창 이소정, 거장을 꿈꾸다.

김정희 기자 / 입력 : 2019년 09월 21일
판소리의 뿌리는 전라지역 아닌 경북
후대양성과 계승위한 소리인들의 담합이 절실
판소리는 시초와 다르게 여성소리꾼의 증가와 시대 변화 속에서 양식적으로, 때로는 음악성으로의 변화를 겪어왔다. 더욱이, 대중성과 유행을 중요시하는 여타 음악장르와 공연의 홍수 속에서 고스란히 소외되어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민속악의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고수하며 계승해 나가는 외롭고 고된 길을 걷는 국악인이 있다.
ⓒ 경북문화신문

이소정 명창, 그녀는 구미시 고아읍 출생으로 ‘무형문화재 8호 흥보가’를 이수했고 지난 달 해남에서 개최된 ‘전국 국악 경연대회’ 판소리 부문에서 100여명과의 경쟁을 뚫고 대통령상을 수상해 구미와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진정한 명창으로 거듭났다.
“쉽지 않은 길이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접했고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 연습을 했죠. 휴식기를 포함해 30년가량 이어오고 있어요. 결혼 후 7년 정도휴식기를 가졌어요.”
젊은 여성 국악인으로 걸어 나가는 길이 얼마나 고단했는지에 대해 진즉에 묻고 싶었다. ‘7년간 가진 휴식기간’에 그 궁금증이 더해진다.
“사실상 포기하려 마음먹은 공백이었어요.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단기간에 이룰 수 없고, 그렇다 해도 돈을 잘 벌 수 도 없는, 오히려 반대로 끊임없이 재정적 투자가 되어야 하는 길이죠. 소리라는 것은 장래가 보장되지 않은 길이며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도 쉽지 않은 영역이니까요”

불투명한 장래를 예상하지만 그럼에도 묵묵한 훈련과 결과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알려내는 것이란,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가진 번민의 이유이자 어쩌면, 반대로 그 목적이 되는 일이 아닐까.
포기하려던 그녀를 잡아준 것은 그녀의 모친이었다. 그래서 인지 모친의 이야기를 꺼낼 때 마다 감정이 부푸는 듯 보인다.
“멈추려 하다 보니 저는 이미 많이 와있었고 어머니 역시 한 때 소리에 뜻이 있으셨기에 저에 대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라며 어머니와 얽힌 ‘도시락’ 이야기를 꺼낸다.
“전라도에서 심청가를 전수받을 때였어요. 저는 이 길을 포기하고 싶었기에 연습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밤새 방황하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도시락을 싸서 찾아오셨어요. 저를 다독여주시며 구미터미널에서 전라도로 향하는 버스에 다시 태우셨죠. 버스에 오른 저는 그 양철 도시락을 열어보았어요. 통속에 담겨 마구 뒤섞인 고등어구이와 흰밥이 있었는데 고생했을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때 다시 마음을 잡았어요” 대통령상 수상소감으로 준비했지만 결국 하지 못한 어머니의 도시락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이소정을 버티게 해준 힘이란다. 꿈을 포기하고 방황하는 애석한 어린 딸에게 먹이려 싸온 도시락 속에서 고등어와 한참을 뒹굴었을 어머니의 마음이 그녀의 얼굴에 잠시 그려진다.

이소정 명창에는 늘 ‘동초제 심청가 5시간 완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동초제’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간략한 설명을 부탁했다.
“전통적인 도제식 과정으로 학습하지만 모든 소리꾼들이 스승과 같은 창법을 구현하지 않는다”며 “자기화, 개성화를 통해 독자적인 소리를 구축하기도 하는데, 동초(東超) 김연수(金演洙) 선생님께서 그 만의 풀이로 승화한 소리에 '동초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따라서 ‘동초제 심청가’는 동초 김연수 선생이 재해석한 형태의 심청가라고 할 수 있다.

민속악에 대한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젊은 소리꾼들과 서양악기를 매치한 독특하고 다양한 크로스오버가 이루어지는 퓨전밴드나, 최근 전남에서 판소리와 힙합댄스를 함께 기획한 행사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이런 민속악의 대중화 시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저는 전통성을 깨지 않는 한 얼마든지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해요. 바뀌어야합니다. 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연기력에도 신경써야하고 관객과의 호흡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심청가를 부를 때 몇 명을 울릴 수 있느냐가 몰입의 관건이죠”

국악에 대한 후대양성과 판소리의 발전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자신 있게 말하는 그녀는 여러 방법을 고민해왔다.
“구미는 동편제의 거장 박록주 선생님의 기념사업회를 통한 행사를 열지만 문제는 구미 외 지역 사람들이 더 많은 참여를 합니다. 저 역시 타 지역 무대에 서면서 성장했기에 전국 소리꾼들의 발전계기가 된다는 것에는 부정하진 않습니다만 더 중요한 것은 구미의 소리꾼들이 주축이 되어 국악 제자양성과 전파에 힘써야 해요. 보조금 지원 사업을 토대로 한 일회성 행사보다는 차세대들에게 소리문화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일이 급선무예요. 예를 들면 관내 초등학교나 시민들에게 직접 전파할 수 있는 판소리 교실운영 확대나 구미시 관광지에 국악을 재생시키는 겁니다. 하다못해 금오산 케이블카 안에서도 전통음악이 흘러나온다면 국악과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그녀는 소리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구미지역의 소리꾼들이 뭉쳐야한다며 강단 있는 목소리를 냈다. “판소리계에는 계파나 도제를 떠나 저와 같은 뜻이 있는 이들과 힘을 합쳐 서로의 발전에 박수칠 수 있는 동지로서의 존중과 인정이 필요해요. 지금 운영하는 ‘가)경북판소리진흥회’에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 배치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고 이를 시발점 삼아 전통소리를 지켜내고 전라도 못지않은 국악의 도시, 구미로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고수의 북 장단과 추임새에 맞춘 여성 소리꾼의 열창과 열연이 동시에 발화되는 판소리 무대. 열창이 최고조에 도달해 마침내 그의 한이 청중의 귀에 서려올 때 즘, 청중들은 울고 웃을것이다. “사실 판소리의 뿌리는 경상도예요. 계승이 어려워 전라지방으로 옮겨 간 것뿐이죠. 오늘날 대부분 전라도방언으로 창을 하지만 저는 더 성장 한 후에 반드시 경상도식 소리로 바꾸어 부를겁니다”
이소정 명창의 경상도식 판소리에 울고 웃을 날이 멀지 않았다.

한편. 10월 10일 저녁 7시에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는 ‘전국 시니어판소리한마당’에서는 이소정 명창을 비롯해 국악관현악과 설장구, 비보이와 풍물이 협연하는 ‘판놀음‘ 등 다양한 민속악공연이 준비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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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고
그래서 가은중은 고려대 우리는 구미대? "
지자체나 출연기관, 보조금 단체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 행사들이 취지나 명분만 포장하고 있고 내용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말과 자아자찬에 기념사진 남기기가 주요 사안인 것 같다. 다른 지역도 어느정도 닮은 꼴이겠지만 변화와 발전을 위한다면 좀 바뀌어야한다. 사진찍기에 동원되는 관계인들도 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닌 목적과 가치를 짚어보는 자세로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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