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여행칼럼④> 이은경 여행기고가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4월 30일
‘Pattaya의 밤하늘엔 별이 없다2’

ⓒ 경북문화신문

“다음코스는 고무공장입니다. 다들 라텍스 잘 아시죠?”
 ‘고무공장? 라텍스? 쟤가 뭐라나. 고무공장이라니, 그것도 관광인가?’
 슬슬 기분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감기 끝에 컨디션은 최악이었고, 약을 먹어도 에어컨바람에 있는지라 콧물이 끊이지 않았다. 코는 헐어 빨갛게 짓물러 있었고 내 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한국인종업원이 대부분인 그 라텍스 공장은 침대 메트리스와 베개 등을 팔고 있었다. 작은 방으로 안내하더니 라텍스 좋다는 설명을 시작했다. 쇼핑센타에 데려가지 말라는 부탁으로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던가.
기분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곤두박질쳤고 화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나를 지켜보던 그 가이드의 표정도 순간 싸늘하게 굳고 있었다. 모두들 웅성웅성 왈가왈부했지만, 대충 설명을 듣는 척 했고 우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챈 공장 관계자가 채 설명을 마치지 못하고 끝냈다. 물론 우리 중 누구도 물건을 사지 않았다. 가이드의 표정은 더 싸늘해 졌고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 일정에 이상기류가 흘렀다.
뭣도 모르면서 집을 벗어나 우리는 가이드 하나만을 믿고 위험천만하다는 태국 땅에 있었다. 가이드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우리에게 득 될 일은 없다고 판단하고 나는 올라오는 화를 애써 누르고, 또 누르고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고 애썼다. 
마치 바퀴벌레처럼, 낮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밤이 되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별이 쏟아지다’라는 뜻을 가진 파타야는 밤하늘에 별이 없다고 했다. 거리를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하느라 해만 지면 몽땅 땅으로 내려앉는다나어쩐다나. 매춘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6조원이 넘는다니 법으로 허용해 줄만도 하겠다.
길가에 늘어서 있는 원색의 조명아래 즐비한 여자들, 아무래도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다. ‘봐도 후회하고 안 봐도 후회한다는 라이브쇼’ 가이드는 의미모를 소리만 해대더니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절대 나오면 안 된다고 언질하고 우리를 허름한 건물로 들여보냈다.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다. 스모그가 가득하고 음침한 분위기가 심장을 오그라뜨리는 곳이었다. 한 가운데 사각링 같은 무대가 있고 사방으로 구경꾼들이 빽빽이 앉아있었다. 무대 외벽으로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고 스피커에서 여자의 교성이 흐르는가 싶더니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에 걸린 여자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먹잇감을 덮치고, 퍼덕거리는 여자를 짓눌러 음미하는 모습이 좀 과장되다 싶었다.
간접적인 행위인지라 다소 긴장감이 돌기도 하고 아주 미흡하나마 예술성이 엿보이는가 싶기도 했다. 잠시 어둠으로 관객의 눈을 가리는 가 싶었다. 광백의 순간, 긴 생머리의 늘씬한 아가씨가 팬티 한 장만 달랑 걸친 채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떠올리려니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태국여자처럼 구리 빛 피부는 아니었다. 조명 탓인지 제법 하얀 피부에 적당한 크기의 예쁜 가슴을 갖고 있었는데 교태 섞인 걸음걸이로 무대를 한 바퀴 돌아서는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녀는 이리 저리 관객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운동모자를 쓰고 있는 검은 티셔츠 차림의, 30대 후반쯤 일까? 동양인인데 일본인 일까? 아니 한국인이었다. 한국말이 들렸다. 관객은 한국인이 대부분이었고 패키지여행인지라 부부가 많았다. 옆에 부인이 있었던지는 모르겠다. 있었다면 제 남편을 그렇게 젊고 예쁜, 더구나 홀딱 벗고 있는 아가씨의 손에 이끌려 나가게 두지는 않았으리라.
어쨌거나 여자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오른 남자는 의자에 앉혀졌다. 그 무릎위로 여자가 걸터앉았다. 잠시 주춤거리긴 했지만 여자의 손에 벗겨지는 셔츠를 내버려두었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남자의 두 손이 봉긋이 솟아 오른 젓가슴을 덮었다. 내 시력은 좋지 못하다. 밝은 곳에서도 황사 낀 도시 속을 보는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이 예사인 난시가 내 눈이다. 그런고로 내가 본 것이 정확하다는 단언은 할 수 없다.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19년 04월 30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대구취수원 이전 ‘원점 재검토’… 구미 이전안 다시 급부상..
구미 지방도 514·927호선, 국도 85호선으로 승격..
구미대, 대한노인회구미시지회와 상호 발전 협약..
구미 한식대가, 음식으로 온정을 나누다...
구미시, 올해 첫 추경예산 1,080억원 증액 편성..
구미도시공사,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갱신심사 통과..
경북도,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 가동...내년말까지..
구미서, ‘5대 반칙 운전’ 근절 합동 캠페인 실시..
김장호 시장, 2025 상반기 시정발전 유공 표창식 참석..
구미소방서, 여름 휴가철 화재예방 행동요령 홍보..
최신댓글
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산과 함께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멋지네요.!!
늦은감은 있지만 향토문화유산의 조명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 기대를 하게 됩니다.
다자녀 혜택 때문에 그런거 아니고? 우리도 다자녀 농수산물 지원 5만원 사이소에서 사라길래 회원가입했는데 ...
8명이 시위 하는데 안전상의 문제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판이네 아~ 찍새까지 9명인가?
요즘은 형곡동에서 사곡오거리로 아우토반 넘어가는 시작점부터 화물차들이 대놓고 주차해 놓던데 그 큰 도로에 화물차 주차가 말이 됩니까? 구미시는 왜 가만히 방치하는지 사고 나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는지
특별히 개성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고
그래서 가은중은 고려대 우리는 구미대? "
지자체나 출연기관, 보조금 단체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 행사들이 취지나 명분만 포장하고 있고 내용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말과 자아자찬에 기념사진 남기기가 주요 사안인 것 같다. 다른 지역도 어느정도 닮은 꼴이겠지만 변화와 발전을 위한다면 좀 바뀌어야한다. 사진찍기에 동원되는 관계인들도 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닌 목적과 가치를 짚어보는 자세로 이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구미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이라면...
뭣이 중헌디?
오피니언
‘공무원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안주찬 구미시.. 
《천자문》 주석에 “거야군(鉅野郡)은 태산(泰.. 
도시는 빠르게 변합니다. 낯익던 골목이 사라지.. 
-이순원의 『19세』 @IMG2@행복’의.. 
여론의 광장
구미대, 나노헬스케어 500만원 상당 물품 기증 받아..  
상주시청 조선영 선수, 국제사이클대회 은빛 질주..  
구미시, 공실 원룸 활용한 청년 주거 지원사업 본격 추진..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