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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의 세설신어(56)]화는 재앙이 쌓인 것에 기인하고(禍因惡積)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1년 04월 05일
↑↑ 한학자
ⓒ 경북문화신문
《천자문》의 주석에 “화를 부르는 것은 평소 악행을 쌓은 것에 기인하고, 복을 얻는 것은 참으로 선행을 쌓고 넉넉한 경사 때문이다.[召禍者 蓋因平日之積惡 獲福者 寔緣積善之餘慶]”라고 하였다. 흔히 나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을 외부에서 원인이 있다고 착각들 하고 산다. 그래서 생겨나는 온갖 괴로움을 남에게 돌리며 결국 회피하고 만다. 이는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자기방어의 기저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지나치면 자신을 망치는 재앙의 씨앗이 되고 만다. 의도나 행동이 선하다고 하여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지만 선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은 쪽으로 베팅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禍(재앙 화)는 제사를 드리는 신탁의 모양을 본뜬 示(보일 시)와 咼(입 비뚤어질 괘)가 합쳐진 글자다. 咼는 또 冎(뼈 바를 과)와 口(입 구)가 합쳐진 글자다. 혹시나 내릴지 모르는 재앙을 막기 위해 점을 치는 뼈를 두고 제사를 지내는 상황을 본떴다. 冎는 骨(뼈 골)의 윗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글자로 살과 뼈가 분리된 상태를 본뜬 글자다.

因(인할 인)은 크게 자리[囗]를 깐 위에 팔을 벌린 사람[大]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본떴다. 때문에 ‘바탕으로 삼다’, ‘기인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지금도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는 바탕이 되는 것을 ‘원인(原因)’이라고 한다. 이 글자로 구성된 대표적인 글자로 恩(은혜 은)자가 있는데, 마음 속[心] 바탕[因]에서 일어나는 은혜로운 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은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결코 은혜롭지 못하다.

惡(악할 악)은 ‘악’과 ‘오’, 두 가지로 발음한다. ‘오’는 ‘미워하다’는 뜻으로, ‘증오(憎惡)’의 경우가 그 예이다. 이 글자는 亞(버금 아)와 마음작용을 뜻하는 心(마음 심)이 합쳐진 글자로, 亞는 무덤구덩이의 모양을 본떴다. 그래서 부정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처음이 아닌 ‘두 번째[亞 : 버금 아]’, 선하지 않은 ‘악(惡)하다’는 글자에도 쓰인다. 오늘날 중국 서안(西安)에 있는 진시황제의 두 번째 갱(坑)이 이와 매우 흡사하다.

積(쌓을 적)은 禾(벼 화)와 발음을 결정한 責(꾸짖을 책)으로 구성된 글자다. 드러나게 쌓아둔 것을 노적(露積), 또는 야적(野積)이라고 한다. 禾는 가을에 익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곡식의 모양을 본떴고, 責은 본래 가시나무의 모양을 본뜬 朿(가시 자)와 조개의 모양을 본뜬 貝(조개 패)가 합쳐진 글자로, 빌려간 돈을 갚지 않아 가시나무로 찌르며 꾸짖는 상황을 본뜬 글자다. 때문에 빨리 돈을 갚아야 되는 ‘책임’과 이 때문에 받는 ‘꾸지람’ 등의 의미로 쓰였다. 지금도 남에게 빌려서 갚지 못하는 ‘빚’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債(빚 채)자 역시 責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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