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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학자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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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주석에 “비록 환난과 위급할 때라도 조금이라도 절의염퇴(節義廉退)의 지조를 이지러뜨려서는 안 된다.[雖患難顚沛之際 不可使節義廉退之操 有一分虧缺也]”라고 하였다. 절도와 의리 청렴과 겸양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녀야 함을 말한다.
顚(이마 전)은 발음을 결정한 眞(참 진)과 뜻을 결정한 頁(머리 혈)이 합쳐진 글자이다. 한자의 부수(部首)에서 사람의 머리를 본뜬 글자는 面(얼굴 면), 頁(머리 혈), 首(머리 수)가 있다. 이 세글자의 모두 사람의 눈[目, 눈 목]을 부각한 공통점이 있다. 顚은 처음의 뜻인 ‘이마’라는 뜻보다 ‘넘어지다’는 의미로 바뀌어 널리 쓰이고 있다.
沛(늪 패)는 뜻을 결정한 氵(물 수)과 발음을 결정한 ‘市(시장 시)’와 아주 흡사한 겨울철에 무릎을 덮을 정도로 길게 바지 위에 입는 巿(슬갑 불)이 합쳐졌다. ‘불’은 이후 ‘패’로 발음이 바뀌었다.
匪(도둑 비)는 감추어[匸, 감출 혜] 놓은 물건을 훔쳐 가는 그릇된[非, 그릇될 비] 짓을 하는 사람을 이른다. 도적을 뜻하는 ‘비적(匪賊)’이라는 말에도 이 글자가 쓰인다. 여기서는 부정의 의미인 ‘非(아닐 비)’와 동일한 뜻으로 쓰였다.
虧(이지러질 휴)는 발음을 결정한 雐(새이름 호)와 뜻을 결정한 亏(어조사 우/‘于’의 본래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于는 《설문해자》에서는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에서 기가 퍼져 나오는 모양을 본떴다’고 규정하였다. 이후 뜻 없이 소리만 가지고 있는 허사(虛辭)로 주로 쓰이게 되었다. 虧는 완전함에서 기운이 부족하다는 뜻에서 파생되어 ‘이지러지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