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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어루만지다(7)]사랑

경북문화신문 기자 / gmi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1월 10일
우동식(청소년문학교육평론가)
ⓒ 경북문화신문

때는 바야흐로 따뜻함이 그리운,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사이의 절기를 지나고 있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날씨를 탓하기보다는 기다림과 고운 마음씨로 마침내 따뜻한 사랑의 봄날을 맞이하는, 청소년 소설의 여주인공 ‘파데트’를 만나 보기로 한다. 16세의 소녀 ‘파데트’는 프랑스의 여류작가 조르지 상드가 쓴 『사랑의 요정』의 주인공이다. 
↑↑ '따뜻한 마음의 소중함'_ 조르주 상드의『사랑의 요정』
ⓒ 경북문화신문


상대의 마음을 바꾸는 원리-따뜻한 마음씨
이 소설의 여주인공 파데트는 13세 때부터 일란성 쌍생아 중 동생인 ‘랑드리’란 소년을 좋아하게 된다. 할머니 ‘파데’가 요술쟁이어서 파데트도 랑드리로부터 요술을 부리는 아이로 오해를 받았으나, ‘쇼모아 채석장’에서의 둘의 대화를 통하여 차츰 서로의 장점을 확인하게 된다.

파데트의 성장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집안 출신 배경이 좋지 않아 세평이 나쁘며, 랑드리 가족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할머니가 요술쟁이로 통하는 데다 그녀의 어머니도 어떤 군인을 따라 가출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데트는 환경을 탓하는 대신 주체의 변혁(變革), 곧 자신 바꾸기를 시도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못생긴 용모와 좋지 못한 가문을 인정하여 랑드리와의 사랑을 어려워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녀는 랑드리의 충고를 온순하게 받아들여서 옷매무새와 머리 모양을 고치는 등 차츰 정숙한 처녀로 자신을 바꾸어 갔다. 그러던 중 랑드리가 사귀고 있던 마들롱이라는 처녀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자, 그녀는 진정으로 둘의 애정에 금이 가지 않도록 애쓰기까지 했다. 참으로 용기 있고 마음 씀씀이의 수준이 높은 데서 우러난 행위였다. 이러한 점이 바로 랑드리의 애정을 파데트 자신 쪽으로 굳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마들롱이 질투어린 소문을 내어 둘의 사귐은 온 마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자 둘의 사랑은 랑드리 부모와 질투를 느끼는 쌍둥이 형 실비네의 본격적인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여기서 파데트는 자기가 마을을 잠시 떠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결정을 내린다. 반대하는 랑드리네 가족에게 ‘좋은 평판을 선물’로 가지고 돌아오겠다며 도시로 남의집살이를 떠났다. 그녀에게서 이러한 결정은 마을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우선 잠재우게 하고 도시 생활에서 자신을 세련시킬 수 있는 상황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리하여 1년 후에 그녀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용모와 자태가 좋아져서 근방에서는 제일 애교 있고 멋있는 처녀가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이때엔 죽은 ‘파데’ 할머니가 그 재산들을 랑드리 아버지에게 관리해 줄 것을 부탁함으로써 호감을 받게 되는 기회를 포착하기도 했다.

이러한 파데트의 주체적인 자기 바꾸기 노력은 환경을 좋은 방향으로 고치는 데 성공하는 요인이 된다. 랑드리 자신이 파데트에 대한 세평의 부당성을 깨달은 것은 오래 전이지만, 마침내 그의 아버지 바르보도 그녀에 대한 편견을 버릴 뿐 아니라 오히려 아들 랑드리와 결혼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른다.
이제 남은 문제는 쌍둥이 형 실비네의 병적인 질투였다. 그녀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는 각오 아래 직접 실비네의 치료에 정성을 다하였다. 이때에도 깊은 신앙심에 바탕을 둔 따뜻한 마음씨가 실비네의 질투를 녹이는 힘이 되었다. 파데트를 좋아하게 된 실비네는 둘의 행복을 위하여 지원 입대한다. 이리하여 파데트와 랑드리의 결혼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침내 둘은 주위의 축복 속에서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소설에서 문제 해결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주인공 파데트의 성장적 자기 바꾸기임을 알 수 있다. 깊은 신앙심에 바탕을 둔 성실성과 자제력, 지혜로움, 생명의 높은 수준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마음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주위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원천이 되어 사랑의 결실을 거둔 것이다.

‘야수(野獸’)를 ‘왕자’로 변신하게 한 힘-연민과 사랑
따뜻한 마음의 힘에 관한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미녀와 야수> 라는 만화 영화는 디즈니가 요즈음의 감각에 맞게 제작해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한 미녀(美女)가 때아니게 아버지에게, 자기의 아름다움에 어울리는 장미 한 송이를 꺾어다 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미녀가 원하는 장미는 야수의 성(城)에만 있었다. 아버지는 장미를 꺾으러 갔다가 야수에게 잡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딸을 야수의 아내로 바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미녀는 추악한 야수의 아내가 되어 악몽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미녀는 한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대관절 무엇인데, 내가 도대체 무엇인데 야수를 이렇게 미워하는가……. 나에게 과연 그런 자격이 있는 것인가······.’
미녀가 이런 깨달음을 얻고 병든 야수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반전(反轉)이 일어난다. 바로 그 한순간에 야수가 왕자로 바뀌면서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고백을 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난다.
“나는 사실은 왕자인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마법에 걸려 야수로 변신하고 말았소. 그대의 연민과 사랑이 그 마법을 풀었으니 이제 그대를 아내로 맞아들이겠소…….”

위의 두 이야기는 모두 사랑을 이루는 데 힘이 되어준, ‘다만 마음만이 소중하니라’라는 금언의 실천 사례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한 세계적 불교철학자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이케다 다이사쿠 박사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보자. “마음은 불가사의하다. 마음은 미묘하다. 이쪽이 나쁜 감정을 갖고 있으면, 대부분 상대방에도 그것이 전해진다. 이쪽이 미소 짓는 마음으로 대하면 상대방에게도 미소의 마음이 깃든다. 이쪽이 끈기 있게 손길을 뻗으면 상대방도 언젠가는 손을 내민다. 자기에게 상대는 이른바 거울과 같은 존재이다.”

<참고 서적>
우동식, 『청소년의 아픈 자리, 소설로 어루만지다』(정인출판사, 2016), 131~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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