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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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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에 가장 달이 밝다는 정월대보름. 상원으로도 불리는 음력 1월 15일은 예로부터 추석과 짝지어지는 달의 명절로 꼽힌다. 추석이 수확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명절이라면,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농사와 살림을 예비하고 복과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다. 한 해의 액을 떨치고 복을 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만큼, 정월대보름은 일년 중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하게 민속놀이와 세시풍속을 즐겨왔다.
특히, 정월대보름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무사기원과 함께 각자의 소원을 빌곤 한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에는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재수가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정월대보름의 달은 한가위만큼이나 크고 선명한데, 우리가 보는 달의 크기와 형태는 달과 지구의 거리나 과학적 현상에 따라 다르지만 유독 정월대보름의 달이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겨울철 날씨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겨울철을 지배하는 시베리아고기압은 차고 건조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몹시 추운 내륙지방인 시베리아에서 발달하여 이동해왔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 강한 바람과 함께 추위를 가져오게 된다. 또 10km이상 상층 대기의 강한 바람이 대기 중에 떠 있는 불순물을 날려, 하늘이 맑기 때문에 달이 유독 밝고 커 보인다. 따라서 시베리아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는 겨울철의 대기에서, 비교적 멀리까지 볼 수 있는 맑고 쾌청한 날씨가 될 때가 많다.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는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한랭건조한 북서계절풍이 동장군을 몰고와 한반도 전체가 영하의 날씨로 꽁꽁 얼어붙다가도 며칠이 지나면 시베리아고기압이 변질되어 따뜻해진다. 이를 삼한 사온 이라 하는데, 시베리아 고기압은 계속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확장과 쇠퇴를 반복하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상기후로 인하여 공기의 주기적 흐름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농경사회에서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에는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세시와 함께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세시가 많았다. 농사의 풍흉은 그 해에 제대로 비가 오느냐 오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해 제대로 비가 올 것인지를 점치는 풍속이 많았다. 보통 옛날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의 달빛이 붉으면 가물징조, 희면 장마가 질 징조라 하고, 또 날씨가 흐리면 그 해의 농사가 풍년이고, 날씨가 좋으면 흉년이라 하였다. 겨울인 만큼 날씨가 춥고 흐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에 날씨가 너무 따뜻하면 보리가 웃자라는 등 피해가 있고, 추위가 계속되면 동해로 인한 피해가 크다. 다가오는 정월대보름(2월 14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날씨를 예상하고 있고, 일부지역에는 비 또는 눈을 예보하고 있다. 구미를 비롯한 경상북도 지역은 구름많은 날씨가 예상되어, 2014년 청마의 해에는 농사가 잘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정월대보름의 날씨를 통해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세시(관천망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