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하고 놀까?’로 시작되는 우리집 주말. 평일에는 방콕밖에 할 수 없어 주말은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장소 고민을 하던 중, 오랜만에 첫째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어 걷기 좋은 날씨 그리고 몽글몽글한 구름을 보고 무계획으로 경주로 출발했다.
이날은 첫째아이의 픽(pick)으로 움직이는 당일치기 경주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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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성대와 맑은 하늘.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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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들린 곳은 경주ic와 가까운 첨성대다. 야간에 조명이 켜지면 더 멋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걷고, 킥보드도 타며 에너지 소모가 필요했다. 날이 좋아 연을 날리는 사람들이 많아 첨성대 하늘 위로 여러 모양의 연이 몽글몽글한 구름과 어우러져 이 또한 그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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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월정교.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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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항상 실고 다니는 킥보드를 타고 공원을 돌며 월정교로 향했다. 유실 되었던 다리를 새로 복원해서 그런지 깨끗하고 깔끔한 모습이었다. 문루(아래에는 출입을 하는 문을 내고, 위에는 누를 지어 사방을 두루 살피는 기능을 가진 건물)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다리를 따라 수십개의 기둥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마치 웅장함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둥근 기둥 때문인지 사진을 찍으면 날씬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어 여러 장의 인증샷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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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계림.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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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계림으로 들어섰다. 경주 계림은 고목이 울창한 숲이라 나무 사이로 빛이 살짝살짝 들어오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이 숲에 앉아 여유를 즐기며 신선놀음을 하고 싶었다. 계림은 걷기 좋은 산책길인데 구간이 작아 조금 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다음 행선지는 불국사로 첨성대에서 차로 30분 쯤 걸려 도착했다. (주차비와 입장료가 있고 관람시간이 다를 수 있으니 홈페이지 참고)
우리가족은 다자녀 할인을 받아 초등학생 2명의 입장료만 결제 후 입장했다. 가끔 다자녀는 소소한 할인을 받을 수 있어 괜스레 혼자 뿌듯했다.
한 가지 팁이라면 입장을 마감시간쯤 했기 때문에 한산하고 조용히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천왕문을 지나 반야교를 건너기까지 작은 호수도 보이고 나무가 많아 굉장히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기분을 오래 느끼고 싶었으나 십원짜리 동전에 있는 탑을 보러가자며 대웅전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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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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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 다보탑과 석가탑이 함께 있어 큰아이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멋있다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다보탑에는 돌사자가 한 마리만 있는지, 동서남북으로 4마리의 사자가 있었을 것 같다며 안내문을 정독하며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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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락전 앞 황금돼지.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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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각을 보고 마지막으로 극락전으로 향했는데 극락전 앞 황금돼지가 유명하다 하여 안내문을 읽어보니 부와 귀가 함께 하는 곳에 "착한 지혜의 근본"이 있다면 그곳이 극락정토일 것입니다. 라는 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부와 귀를 휘두르지 말고 지혜로움으로 잘 다스려야 함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우리 아이들은 황금돼지를 만지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부디 지혜로운 생각을 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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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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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여행이기에 불국사의 역사나 의미를 많이 담진 못했지만 여행 경로에 있어서 불국사는 어른이 된 우리에겐 수학여행의 풋풋함을 되새기게 해줬고, 아이들에게는 가족여행의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길 바라며 산세 좋은 불국사에서 노을 지는 경주를 한참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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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궁과 월지1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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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별채가 있는 식당에서 편안히 식사를 하고 마지막 코스인, 야경이 환상적인 동궁과 월지로 향했다. 둥근달이 뜬 날 호수에 비춰지는 그 모습이 너무 황홀하여 꼭 한번 보고 싶었던 곳이라 마지막 픽은 큰아이가 양보를 해줬다. 동궁과 월지는 전체적인 모습과 걸맞게 축하연과 연회, 귀빈 접대 장소로 이용했다고 하는데 몇십년 뒤 내 고희연을 여기서 하고 싶다는 혼자만의 즐거운 상상을 했다. 호수에 비춰지는 나무와 조명과 달이 이렇게 감동 적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과 손을 꼭 잡고 야경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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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궁과 월지2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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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국사에 도착 하자마자 안내소에서 스탬프 찍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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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여행의 한가지 더 재미난 팁은 경주역사문화탐방 팜플렛에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다. 팜플렛에 지정된 명소 16곳을 다니며 각 안내소에서 도장을 찍으면 된다. 이런 팜플렛이 있는 명소에서는 아이들에게 재미도 주고, 도장찍은 팜플렛을 간직하며 추억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스탬프 투어에 충실히 임해줬다.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으며 그 사진 안에 추억과 아이들의 웃음을 담으며 워킹맘의 주말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