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공기가 가득했던 1월 어느날, 노을과 함께 철새를 보기위해 해평습지로 향했다. 낙동강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매년 재두루미, 큰고니, 기러기,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왠일인지 철새는 한 마리도 볼 수 없었고, 큰 트럭들만 다니며 흙먼지를 잔득 날리고 매서운 강바람만 불었다.
뒷자리에서 조용히 창밖만 바라보던 7살 막내 아이가 ‘새가 추워서 집에 갔어?’ 라고 물을 정도로 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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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평들녘에서 쇠기러기떼의 비상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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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기대하고 갔던 터라 동네라도 둘러보자며 습지를 따라 논, 밭이 있는 길로 향하던 중 쇠기러기로 보이는 무리를 만났다. 해도 지고 어둑해 질 무렵이라 그런지 수백마리의 검은 기러기 떼는 무섭기까지 했다. 차를 멀찌감치 세우고 조심조심 다가갔다. 대장 기러기가 경계라도 하는지 비상할 준비를 하라고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그러더니 이내 새와 오리 울음소리가 합쳐진 듯 한 '끼룩 꽥꽤' 소리를 합창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비상하는 기러기떼의 모습은 노을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었다.
엄마의 모습을 보던, 호기심 왕성한 막내가 차에서 내려 갑자기 남아있는 기러기떼를 향해 달려가려다가 멈칫 했다. 기러기의 압도적인 크기에 당황했는지 ‘너무 커서 무섭네’ 라며 다시 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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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평들녘에서 쇠기러기떼의 모습.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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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우리는 아침 일찍 다시 해평을 찾아 똑같은 자리에서 어제 만난 그 무리를 또 만났다. 내 발소리를 듣고 화창한 파란 하늘로 날아오른 기러기떼는 먼저가거나 뒤처지는 개인행동 없이 함께 비행을 하는 듯, 군무가 펼쳐졌다. 넋을 놓고 보느라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사람에게는 코로나19, 조류에게는 AI와 같은 전염병이 없어질 수 있을까? 기러기떼 군무와 같은 장관을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날이 올지, 우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