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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학자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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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주석에 “도를 지키지 못하여 밖의 사물을 좇게 되면, 마음이 일정한 방향이 없어 뜻이 저절로 옮겨 간다.[不能守道 而逐物於外 則心無定向 而意自移矣]”라고 하였다. 안중근 의사의 글씨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익을 보거든 그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하라.[見得思義]”는 《논어》의 말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逐(쫓을 축)은 돼지[豕 돼지 시]를 쫓아가고 [辶 쉬엄쉬엄 갈 착] 있는 상황을 본뜬 글자다. 辶은 ‘쉬엄쉬엄 가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행하다’, ‘진행하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辶은 辵에서 변형된 것으로 辵은 또 彳(조금 걸을 척)의 윗부분과 足(발 족)의 아랫부분이 합쳐져 길[行]을 가고 있는 발[足]의 모습을 본떠 ‘진행하다’는 뜻을 가졌다.
物(물건 물)은 뜻을 결정한 牛(소 우)와 발음을 결정한 勿(~하지 마라 물)로 구성되었다. 소는 동물 가운데 가장 큰 물건이다. 牛는 소의 머리 모양을 본떴다. 오늘날은 물건에만 국한하여 ‘물(物)’이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만물(萬物)의 경우처럼 사람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물(物)’의 범주에 넣었다.
意(뜻 의)는 나팔을 닮은 악기[立]를 입[曰]에 물고 있는 모습과 감정 상태를 이르는 심장의 모양을 본뜬 心(마음 심)이 합쳐진 글자이다. 악기는 소리를 내어 표현한다. 사람의 감정도 밖으로 드러내어야 상대에게 전할 수 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참는 것만으로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移(옮길 이)는 벼를 옮겨 심는다는 뜻을 결정한 禾(벼 화)와 발음을 결정한 多(많을 다)가 합쳐진 글자이다. 모내기[移秧 이앙]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는 글자이다. 곡식을 뜻하는 글자로 禾자 이외에 來(올 래)가 있다. 來자는 원래 ‘보리’라는 뜻이었지만 후대에 ‘오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자 來자가 포함된 麥(보리 맥)을 다시 만들었다. 이처럼 원래의 글자가 다른 뜻으로 변하자 그 뜻을 대체할 글자를 새롭게 만든 글자를 ‘후기자(後起字)’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