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문화일반

신간소개]허균의 짧은 편지 엮은 `허균 척독`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21일
↑↑ 지만지한국문학 펴냄/332쪽/22,800원
ⓒ 경북문화신문
경북문화신문 본지에서 세설신어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박상수 한학자가 ≪홍길동전≫의 작가이자 허난설헌의 동생인 허균의 척독(尺牘)을 엮어 '허균 척독'을 출간했다.

척독이란 일반 서간문보다 훨씬 짧은 편지 형식으로 명나라 초기부터 유행했는데, 허균은 이 척독을 우리나라 최초로 하나의 문학 장르로 인식하고 이를 조선 문단에 널리 전파했다. 유성룡, 이덕형, 이항복, 권필, 한석봉, 서산 대사, 사명 대사, 이매창 등 정치계 문학계 예술계를 가리지 않고 총 68명과 주고받은 176통의 척독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 친한 이들에게 격식을 차리지 않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이 편지들을 통해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 허균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계층의 유명인들을 포함하고 있어 허균의 폭넓은 고유 관계는 물론, 당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사건들을 파악할 수 있다.

짧은 행간에서 드러나는 개성의 향기
허균의 척독은 대부분 단문이다. 짧은 것은 17자이고, 가장 긴 것도 161자에 불과하니 지금으로 치면 블로그나 페이스북이 아니라 트위터인 셈이다. 일반적인 서간문의 형식을 파괴하고 짧은 편지 속에 간결미와 함축미뿐 아니라 서정성까지 담은 그의 척독에서는 독창성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반역죄로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홍길동전≫을 비롯한 뛰어난 작품들을 남기고, 과거 급제 후에도 문신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몇 차례나 장원을 한 천재 문인 허균의 독특한 개성과 인간적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책 속에의 편지 몇 편을 소개한다.
-정한강(정구)에게 보내는 편지. 계묘년(1603) 8월.
옛사람이 말하기를 “빌려 간 책은 언제나 더디 돌려준다”라고 했는데, ‘더디다’는 말은 1∼2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강≫을 빌려드리고 나서 세월이 바뀌어 갑니다. 되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벼슬할 뜻을 끊고 강릉으로 돌아가, 이 책을 밑천 삼아 한가로움을 대적할까 해서 이렇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여인(이재영)에게 보내는 편지. 무신년(1608) 7월
처마에서는 쓸쓸히 빗물이 떨어지고 향로에서는 향이 가느다랗게 피어오르는데, 지금 두서너 친구들과 안석에서 버선을 벗고 앉아 연뿌리와 오이를 쪼개 먹으며 번뇌나 씻어 볼까 합니다. 이런 때에 그대가 없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대의 아내가 사자처럼 으르렁대면 그대는 고양이처럼 꼼짝 못하겠지만, 사자를 너무 두려워해 위축되지 마십시오. 문지기가 우산을 쥐고 있어 가랑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니 서둘러 오십시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항상 있는 일이 아니니, 이번 모임이 어찌 자주 있겠습니까? 헤어지고 나서 후회해 본들 소용이 없습니다.

옮긴이는...
한편, 옮긴이 박상수 한학자는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사편찬위원회, 온지서당, 중국 어언문화대학교 등에서 한문과 고문서, 초서와 중국어를 공부했고, 단국대학교 한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전문위원, 단국대학교 강사, 한국한문학회 출판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전통문화연구회, 고전번역연구소, 국사편찬위원회, 구초회에서 한문 번역과 탈초·강의를 하고 있다.
번역서와 탈초 자료로 ≪간찰(簡札) 선비의 일상≫, ≪고시문집(古詩文集)≫, ≪왕양명 집안 편지≫, ≪율곡 친필 격몽요결≫, ≪조선 말 사대부 27인의 편지, 우경 안정구 선생 간찰집≫, ≪주자, 스승 이통과 학문을 논하다≫, ≪중국의 음식 디미방≫, ≪퇴계 편지 백 편≫, ≪한문독해첩경−문학편≫, ≪한문독해첩경−사학편≫, ≪한문독해첩경−철학편≫, ≪항전척독(杭傳尺牘)≫ 외 다수가 있다.


안정분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21일
- Copyrights ⓒ경북문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이영호
역사적 인물의 개인사와 얽힌 이야기가 관심을 끄네요,  읽어 보고 싶군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03/23 09:34   삭제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데스크 칼럼]구미교육지원청 ‘2층 로비’, 지역 예술인 상설 공간으로....
구미시, ‘소부장 특화단지’ 유치 신청..
경북도지사 대진표 확정...3선 도전 이철우 VS 탈환 나선 오중기..
구미시, `세대 공감 맞춤도서` 4권 선정..
구미시, 5억 투입해 소상공인 브랜드 키운다..
안경숙 상주시의장,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오중기 민주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구미, 제2의 반도체 혁명으로 경제 심장 다시 뛰게 할 것˝..
경북도, 저출생 극복 120대 과제 추진...평균 진도율 41.2%˝..
구미시, K-방산 핵심 거점으로 우뚝..
양옥자의 구미를 그리다(13)]지산 샛강의 봄..
최신댓글
낙동강 취수원 문제로 어설프게 덤볐다가 명분도 실리도 놓치고, 어설프게 정치꾼 행세하다가 되지도 않는 안전문제를 핑계로 이승환 공연 취소해서 전국민 비웃음꺼리 만들고 진짜 안전 위험 인물 전한길은 집회 허가하고 제대로 된 기획력 없이 매번 어설픈 낭만 타령 문화행사만 일삼는 현 시장 못마땅해 민주당 찍으려고 해도 시장 재직 기간 아무런 행정력도 발견하지 못한 장세용씨를 다시 내세우다니... 구미에 그리도 인물이 없는가?
구미대 항공헬기정비학부 전체 학생들의 단합된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아요. 요즘은 개인적인 성향들이 많다보니 함께하는 모습 넘 보기 좋고 흐믓합니다.
민원인들 중에서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누구는 유료로 이용하고 누구는 무료로 주차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형편성에 문제가 생기기에 저렇게 현수막을 걸어 놓은 듯. 관리자의 입장과 이용자의 입장 둘다 본다면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이해 하려는 마음이 문제라고 느껴짐.
역시 정론직필!!
예방법없음
따뜻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주변에서 볼수 있지만 관심을 주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후원해 주신 에스엠디에스피 대표님과 선행을 알려주시는 경북문화신문과 김예은 학생 기자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단체장이 불법?
충돌 우려로 이승환콘서트를 금지했던 구미시장은 왜 이번엔 잠잠하지요? 정치적 선동금지 서약을 받았나요? 이건 이승환콘서트 보다 더 큰 충돌 우려가 되는 이벤트인 것 같군요.
산과 함께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멋지네요.!!
늦은감은 있지만 향토문화유산의 조명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 기대를 하게 됩니다.
오피니언
나는 또 한 번 행복이란 포도주 한 잔, 밤 .. 
군자삼외(君子三畏) : 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 
벚꽃이 흩날리는 길 위를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 
.... 
여론의 광장
경북도, ‘APEC 2025 열차’ 대구와 함께 달린다..  
˝구미 전통시장에서 장보고 14만원 환급받으세요˝..  
구미도시공사, 체육본부장 공개모집..  
sns 뉴스
제호 : 경북문화신문 / 주소: 경북 구미시 지산1길 54(지산동 594-2) 2층 / 대표전화 : 054-456-0018 / 팩스 : 054-456-9550
등록번호 : 경북,다01325 / 등록일 : 2006년 6월 30일 / 발행·편집인 : 안정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정분 / mail : gminews@daum.net
경북문화신문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경북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