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만지한국문학 펴냄/332쪽/22,800원 |
ⓒ 경북문화신문 |
|
경북문화신문 본지에서 세설신어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박상수 한학자가 ≪홍길동전≫의 작가이자 허난설헌의 동생인 허균의 척독(尺牘)을 엮어 '허균 척독'을 출간했다.
척독이란 일반 서간문보다 훨씬 짧은 편지 형식으로 명나라 초기부터 유행했는데, 허균은 이 척독을 우리나라 최초로 하나의 문학 장르로 인식하고 이를 조선 문단에 널리 전파했다. 유성룡, 이덕형, 이항복, 권필, 한석봉, 서산 대사, 사명 대사, 이매창 등 정치계 문학계 예술계를 가리지 않고 총 68명과 주고받은 176통의 척독을 모두 소개하고 있다. 친한 이들에게 격식을 차리지 않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이 편지들을 통해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 허균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계층의 유명인들을 포함하고 있어 허균의 폭넓은 고유 관계는 물론, 당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사건들을 파악할 수 있다.
짧은 행간에서 드러나는 개성의 향기허균의 척독은 대부분 단문이다. 짧은 것은 17자이고, 가장 긴 것도 161자에 불과하니 지금으로 치면 블로그나 페이스북이 아니라 트위터인 셈이다. 일반적인 서간문의 형식을 파괴하고 짧은 편지 속에 간결미와 함축미뿐 아니라 서정성까지 담은 그의 척독에서는 독창성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반역죄로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홍길동전≫을 비롯한 뛰어난 작품들을 남기고, 과거 급제 후에도 문신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몇 차례나 장원을 한 천재 문인 허균의 독특한 개성과 인간적인 매력을 만날 수 있다.
책 속에의 편지 몇 편을 소개한다.
-정한강(정구)에게 보내는 편지. 계묘년(1603) 8월.
옛사람이 말하기를 “빌려 간 책은 언제나 더디 돌려준다”라고 했는데, ‘더디다’는 말은 1∼2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강≫을 빌려드리고 나서 세월이 바뀌어 갑니다. 되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벼슬할 뜻을 끊고 강릉으로 돌아가, 이 책을 밑천 삼아 한가로움을 대적할까 해서 이렇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여인(이재영)에게 보내는 편지. 무신년(1608) 7월
처마에서는 쓸쓸히 빗물이 떨어지고 향로에서는 향이 가느다랗게 피어오르는데, 지금 두서너 친구들과 안석에서 버선을 벗고 앉아 연뿌리와 오이를 쪼개 먹으며 번뇌나 씻어 볼까 합니다. 이런 때에 그대가 없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대의 아내가 사자처럼 으르렁대면 그대는 고양이처럼 꼼짝 못하겠지만, 사자를 너무 두려워해 위축되지 마십시오. 문지기가 우산을 쥐고 있어 가랑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니 서둘러 오십시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항상 있는 일이 아니니, 이번 모임이 어찌 자주 있겠습니까? 헤어지고 나서 후회해 본들 소용이 없습니다.
옮긴이는...한편, 옮긴이 박상수 한학자는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국사편찬위원회, 온지서당, 중국 어언문화대학교 등에서 한문과 고문서, 초서와 중국어를 공부했고, 단국대학교 한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전문위원, 단국대학교 강사, 한국한문학회 출판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전통문화연구회, 고전번역연구소, 국사편찬위원회, 구초회에서 한문 번역과 탈초·강의를 하고 있다.
번역서와 탈초 자료로 ≪간찰(簡札) 선비의 일상≫, ≪고시문집(古詩文集)≫, ≪왕양명 집안 편지≫, ≪율곡 친필 격몽요결≫, ≪조선 말 사대부 27인의 편지, 우경 안정구 선생 간찰집≫, ≪주자, 스승 이통과 학문을 논하다≫, ≪중국의 음식 디미방≫, ≪퇴계 편지 백 편≫, ≪한문독해첩경−문학편≫, ≪한문독해첩경−사학편≫, ≪한문독해첩경−철학편≫, ≪항전척독(杭傳尺牘)≫ 외 다수가 있다.
역사적 인물의 개인사와 얽힌 이야기가 관심을 끄네요, 읽어 보고 싶군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03/23 09:34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