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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도 제공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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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9년 3월 4일, 선조 3년, 69세의 퇴계(이황, 1501~1570)는 임금과 조정 신료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향길에 올랐다. 몇 달에 걸쳐 사직 상소를 올린 끝에 겨우 얻어낸 윤허였다. 퇴계는 벼슬자리에 나아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의 생애는 임금의 부름과 물러남의 연속이었으나 이날이 그의 마지막 물러남이 됐다.
퇴계는 왜 귀향의 길을 염원했을까? 그 귀향길이 의미 있는 것은 거기에 그 필생의 소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소망했다. 그 소망을 위해서는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일은 조정에 머무는 것보다 고향에 내려가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 믿었다. 그런 퇴계의 꿈은 ‘참사람’을 키워내는 지역의 사립 교육기관 서원 설립운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퇴계의 귀향길은 물러남의 길이면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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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걷기 노정지도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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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가 안동시와 도산서원과 함께 27일부터 4월 9일까지 14일간의 일정으로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를 한다. 올해로 4회째인 퇴계선생 귀향길 걷기 행사는 경복궁 사정전에서 그의 고향인 안동 도산서원까지 454년 전 그가 걸었던 행로 약 270km를 그대로 따라 걷는 행사이다.
45명으로 구성된 재현단은 선조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귀향길에 오른 경복궁에서 도산서원까지 총 270㎞ 거리의 퇴계선생 발자취를 따라 걷게 된다. 또 서울시를 비롯한 경기도(남양주, 양평, 여주), 강원도(원주), 충북도(충주, 제천, 단양), 경북도(영주, 안동) 등 5개 광역자치단체를 지나며 역사유적·문화유산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수백 년 전 인물 퇴계의 귀향길을 오늘 다시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길을 걷는다는 의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길을 걸었던 퇴계의 소망과 철학을 오늘 다시 되새기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퇴계는 시간 속에 화석화된 위인이 아니다. 그의 가르침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여전한 울림으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은 그가 소망했던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위해 나와 너와 우리가 무엇을 깨닫고 어떤 행동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길이 될 수밖에 없는 것.
행로 중 ‘퇴계가 골짜기로 간 까닭은?’(배병삼 교수, 2일차 봉은사), ‘퇴계와 이지번을 둘러싼 조선의 선비사회’(이문원 교수, 9일차 청풍 한벽루), ‘퇴계는 왜 서원운동을 펼쳤나?’(정순우 교수), ‘이산서원과 퇴계의 제자들’(강구율 교수, 이상 12일차 영주 이산서원) 같은 강연이 마련된 것도 이같은 생각들 돕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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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도 제공 |
ⓒ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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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걷기 행사의 참가자들은 퇴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기독교인도 있고, 다른 학파의 후손도 있으며 어린이, 청소년, 남녀노소 구별이 없다. 이들이 함께 걸으며 퇴계정신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은 퇴계의 꿈이며 여전히 우리 모두의 꿈이다.
이에 더해 경북도는 이번 재현행사를 통해 퇴계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고 지방시대를 이끌어 가는 정신적 토대로서의 의미에 중점을 뒀다. 퇴계선생이 지방에 내려와 서원을 만들면서 유능한 인재들이 지방으로 모였고, 그로 인해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번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을 통해 실천과 공경, 배려, 존중의 선비정신을 실천하고, 특히 서원을 통한 지방 인재 양성, 지역공동체 형성, 지방인구 유입 등 지방시대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신 퇴계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겨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제2 퇴계혁명의 정신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