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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문화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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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지역에 방치되고 있는 문화유산을 보호·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15일 ‘구미시 향토문화유산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이 구미시의회를 통과했다. 조례안은 명확한 관리 및 보호 규정이 없어 방치되고 있는 구미문화유산을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 계승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조례가 제정돼 다행이다.
하지만 조례안 심의과정 중 일부 의원들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유감스럽다. 조례 제정으로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될 것을 우려해 예산을 제한해야 한다며 결국 지정문화재 수량의 50% 예산 범위 내에서 지정한다는 규칙을 권고사항으로 추가했다. 방만한 예산 운영을 걱정한다면 예산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기준이나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 과연 50%범위 내에서는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이들에게 문화유산은 그저 예산에 맞춰 관리해야 하는 대상인가보다.
향토문화유산을 국가나 경북도의 지정을 받기 위한 전 단계로 생각하는 인식 또한 아쉽다. 조례안은 향토문화유산의 개념을 국가 또는 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 등록되지 않은 것 중 향토적인 문화자산으로서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경관적 가치가 크다고 여겨지는 유형 및 무형의 문화유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문화재로 보호받기에 부족하지만 향토문화재로서 분명한 가치가 있는 유산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경상북도의 지정을 받기 위한 수순이 아니라는 말이다. 향토문화유산이 반드시 국가나 경북도 등의 지정을 받아야만 보존가치가 있고, 품격이 높은 것은 아니다. 소박하고 사소하더라도 조상의 숨결이 담겨있다면 보존하고 계승할 가치가 있다.
아무리 보물로 지정됐더라도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 제대로 보존할 수 없다. 황상동 마애여래입상이 위치한 곳은 공장 주변이다. 불상이 위치한 곳에 어떻게 공장들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산업화에 치우친 결과 문화재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공장부지로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현재 주변 공장에서 나오는 소음과 진동으로 불상의 균열이 더욱 빨라지는 등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도 산업화와 도시화의 경제 논리에 밀려 구미의 크고 작은 문화가 사라지고 훼손되고 있다.
구미는 공단도시 외에는 좀처럼 정체성이 찾아지지 않는다.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도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문화재가 당장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계승한다면 구미의 정체성이 되어 자긍심을 주는 것은 물론, 관광상품으로 개발, 구미시를 대외에 알리는 상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구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향토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발굴,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